광우병 검역, 미국만 관대하게 적용

posted Apr 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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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검역, 미국만 관대하게 적용
정부, EUㆍ아르헨티나의 ‘OIE 국제기준’ 적용 요구 거부했던 것으로 밝혀져

 

박상표 dandelio@shinbiro.com

 


이혜민 외교통상부 한·미 FTA 기획단장은 최근 KBS, SBS, CBS 등의 라디오 방송에 연거푸 출연해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의 광우병 지위가 위험통제국가로 확정되면 LA갈비를 포함해 뼈 있는 쇠고기도 수입대상이 된다” 고 밝혔다.

민동석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도 4월 12일 “축산물 위험등급을 판정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나라’로 인정했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기 어렵게 됐다”고 발언했다.

농림부와 외교통상부 고위 관료들은 입을 모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은 ‘권고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의 ‘의무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농림부에 「WTO 위생검역(SPS) 협상 관련 회의록 및 보고서」등의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청한 결과, 광우병 위험과 관련한 OIE의 쇠고기 위생검역 기준은 미국에게만 관대하게 적용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는 사실상의 ‘의무사항’이라고 말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EU,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의 쇠고기에는 적용하고 있지 않았다.

국제수역사무국의 규정(Terrestrial Animal Health Code 2.3.13장)에는 30개월령 이하의 뼈를 발라낸(deboned) 골격근 살코기(skeletal muscle meat)는 수출국가의 광우병 발생과 관계없이 광우병과 관련한 어떠한 조건도 요구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이 국제기준에 따라 EU는 한국에 쇠고기 수입개방을 요구했을 때, 한국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EU의 OIE 국제기준 따른 쇠고기 수입개방 요구는 거부


   
▲ 강기갑 의원이 공개한 농림부의《제34차 WTO/SPS위원회 정례회의 참석결과》 보고서(2006.1.30~2.2, 스위스 제네바)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이 공개한 농림부의《제34차 WTO/SPS위원회 정례회의 참석결과》 보고서(2006.1.30~2.2, 스위스 제네바)에 그 해답이 적혀 있다.

이 회의에서 EU가 OIE 기준과 MFN(최혜국 대우) 원칙에 따라 쇠고기를 수입할 것을 요구하자, 정부는 “유럽 BSE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수입허용을 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대응”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정부는 EU에게 당당하게 했던 주장을 왜 미국에게는 전혀 주장하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EU에는 의무적으로 적용하지 않은 OIE의 국제기준을 유독 미국에게만 의무적으로 적용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국제수역사무국의 국제기준에 따라 쇠고기 수입개방을 요구했을 때는 한국이 어떻게 대응했을까?


아르헨티나의 OIE 국제기준 적용 요구에는 의도적 회피전술 구사


   
▲ 강기갑 의원이 공개한 농림부의 아르헨티나와 양자협의 내용. (2006년 3월 30일, 스위스 제네바, 제34차 WTO/SPS위원회 정례회의에)

지난 2006년 3월 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4차 WTO/SPS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정부는 아르헨티나와 양자협의를 가졌다. 농림부의 보고서에는 아르헨티나는 “쇠고기의 경우 한국측의 위험평가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데 불만을 표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아르헨티나는 “2004년 10월 한국 검역전문가가 설문서를 제시키로 하였으나 아직 받아보지 못했는 바, 한국의 위험평가절차에 따라 현지조사를 실시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무려 1년 6개월 동안 아르헨티나의 쇠고기 수입요청을 무시하고 묵살한 채 버텼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OIE의 국제기준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아르헨티나는 WTO에 제소하지 않았을까?

EU, 아르헨티나, 캐나다에게는 당당하게 지키는 위생검역 주권을 유독 미국에게만 굴욕적으로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부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OIE 판정 나오더라도 다른 수입국의 동향 살펴 결정하겠다는 약속 지켜야


   
▲ 2006년 1월 임시국회에서 강기갑 의원의 질의에 대한 농림부의 서면답변 내용

아울러 농림부는 최소한 올해 1월 임시국회에서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에게 서면으로 답변했던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등급 평가를 받고난 뒤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정부는 국제기준과 과학적인 근거 및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운용하고 있는 다른 수입국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대응할 예정”이라는 약속이라도 지켜야 할 것이다. 최소한 광우병 발생국인 일본보다 높은 수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제시하여 국민들의 이해와 납득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에  마쓰오카 토시가츠(松岡利勝) 일본 농림수산성장관은 쇠고기 수입조건을 현행 ‘20개월령 미만’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인 ‘30개월령 미만’으로 완화하라는 마이크 조한스 미 농무부장관의 요구에 대해 “지금은 현행 기준이 준수되어, 식품의 안전에 대해서 일본 국민의 납득을 얻는 것이 더 큰 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 한미 FTA 협상단, 농림부, 외교통상부, 국회, 보수 언론은 미국에게만 관대하게 적용되는 기준을 더 이상 ‘국제기준’이라고 과대포장하여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2007년 04월 23일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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