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역사무국의 과학적 기준 대해부 | ||||||||||||||||||||||||||||||||||||||||||||||||
광우병 규정 결정하는 ‘위생규약위원회’ 의장은 미국 농무부 파견 공무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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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림부가 미국의 이러한 주장에 바람잡이 역할을 하자, 조ㆍ중ㆍ동이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맞장구를 치면서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과연 국제수역사무국(OIE)은 과학적 결정을 하는 권위있는 기구인가?
우선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정부간 협력기구(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이다. 쉽게 말해 국제수역사무국은 한국 농림부, 미국 농무부, 일본 농림수산성 등 각국의 공무원 수의사들 중에서 가장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을 대표로 파견하여 가축전염병과 육류의 교역기준을 협의하고 결정하는 기구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수역사무국은 과학적 결정뿐만 아니라 정치적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광우병과 관련한 기준(Terrestrial Animal Health Code 2.3.13장)은 국제수역사무국 산하 전문위원회 중에서 「육상동물위생규약위원회(Code Commission)」에서 결정하는데,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바로 미국 농무부 소속 공무원인 알렉스 티에르만(Alex Tiermann)이다. 알렉스 티에르만은 OIE 파견근무를 하기 전에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유럽, 아프리카, 중동, 러시아 및 구소련 연방국가를 책임지는 미농무부(USDA) 산하 동식물검역소(APHIS)의 부르셀 지역국장으로 있었다. 그동안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위원회(SPS) 위원장에 2번(1997~1999)이나 선출되었으며, 2000년과 2003년에는 2번 연거푸 육상동물위생규약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이러한 화려한 경력을 가진 알렉스 티에르만은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축산업자와 농식품 독점기업을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한 일관된 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늘 ‘세계 각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는 ‘무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국제기준의 제정’을 강조해왔다. 국제수역사무국이 말하는 ‘과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미국 축산업자들과 농식품 독점기업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과학적(scientific)’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으며, WTO 위생검역협정(SPS)에도 이 단어는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과학이란 무엇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그들이 말하는 과학은 이런 것이다. 1990년대 초반 당시 영국에서는 인간광우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지만, 영국 정부의 수의학 담당 부국장 케빈 테일러와 농업장관 존 굼머는 “BSE가 동물에서 인간에게로 전파된다는 증거는 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참조할 수 있는 모든 과학적 증거들에 비춰볼 때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영국 국민들을 기만했다. 과학이라는 말이 쓰이는 또 다른 사례는 이런 것이다. 미국의 광우병 발생으로 인해 한국 정부가 2003년 12월 24일자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자, 12월 30일 데이비드 헤그우드 미 농무장관 특별보좌관, 찰스 램버트 마케팅 및 규제담당 차관보, 로버트 타나카 동식물검역소(APHIS) 도쿄 지역국장 등이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한했다. 이들은 “수입금지조치는 과학적인 근거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야”하며, “과학적 토대의 기준은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만들어낸 기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는다든지, 전세계적으로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100건 이상의 광우병이 발생했다든지, 살코기와 혈액에서도 광우병 원인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연구결과는 이들에게 전혀 ‘과학’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지리적 광우병 위험평가(GBR)라는 방법을 통해 각국의 광우병 위험을 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GBR I은 광우병 위험이 거의 없는 나라이며, GBR II는 광우병 위험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나 배제할 수는 없는 나라이다. GBR III는 광우병이 발생했거나 발생가능성이 있지만 위험도가 낮은 나라이며, GBR IV는 광우병 위험도가 높은 나라이다. GBR IV 판정을 받은 국가는 영국과 포르투갈이며, 나머지 광우병이 발생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GBR III 판정을 받았다. GBR III 판정을 받은 나라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다. 유럽의 기준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는 영국 다음으로 광우병 위험이 높은 3번째 등급의 국가일 뿐이다. 반면 국제수역사무국은 광우병 위험등급을 1)무시할만한(negligible) 광우병 위험국가, 2)통제된(controlled) 광우병 위험국가, 3)결정되지 않은(undeterminated) 광우병 위험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원래는 국제수역사무국은 광우병 위험등급을 5단계로 분류했으나, 2005년 제73차 OIE 총회에서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시켰다. 게다가 용어도 ‘무시할만한’, ‘통제된’, ‘결정되지 않은’이라는 부드럽고 달콤한 용어로 바꾸어 버렸다. 이렇게 광우병 위험을 3단계, 4단계, 5단계로 나누는 것은 과학적 판단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각 등급에 속하는 국가에게 쇠고기의 어느 부위를 자유롭게 교역하도록 허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역시 과학적 판단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결정일 뿐이다.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은 입수하여 공개한 농림부의《제73차 국제수역사무국 총회 결과보고》를 보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5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수역사무국 총회에서 우리 정부 대표단은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관련 기준 개정과 관련하여 일본 및 대만 측과 회동을 가졌다. 회동에서 “우리측은 ‘살코기(골격근육)’, ‘혈액제품’에 BSE 원인체가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안전제품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합리함을 지적하고 양국의 의견을 문의한 바, 양측 모두 우리 의견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리고 “총회에서의 논의 대응방식과 관련, 일본이 먼저 이의를 제기하고 한국ㆍ대만이 지지의견을 밝히는 등 3국이 역할을 분담하여 대응키로” 했다. 그런데 “우리 대표단은 뉴질랜드 등 주요국 대표를 접촉한 결과 채택가능성이우세함을 확인하고 일본 대표를 재차 접촉, 이러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적절한 수정안을 마련, 논의에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다른 한편, 광우병 관련 기준을 완화시켜려고 했던 미국과 캐나다는 가만히 앉아서 과학 타령만 하고 있었을까? 이러한 방식으로 국제기준을 정하는 것이 정치공학이 아니고 과학이라는 말인가? 이것을 과학이라고 부른다면 유엔 사무총장 선출도 과학이고,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이나 후보 단일화도 정치공학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우리는 황우석 교수 연구부정행위 사건을 통하여 과학의 정치화가 얼마나 위험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체험했다. 청와대, 정부, 국회, 언론, 학계는 ‘과학’이라는 단어를 정치구호로 만들어 ‘세계적’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대중을 기만했다. 노무현 대통령 또한 황우석 연구부정행위 사건에 대한 직ㆍ간접적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미 FTA 협상의 미국 의회 통과를 위해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 결과를 ‘과학적ㆍ국제적 기준’이라는 레토릭으로 포장하여 국민들을 또 다시 기만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 협상 타결 직전 부시 대통령에게 국제수역사무국 총회 이후 빠른 시일 내에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을 갈비까지 포함시키는 것으로 완화시켜 준다고 구두약속을 한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포기한 정치술수에 불과할 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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