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시민단체 동원 한미 FTA 찬성여론 조작

posted Jun 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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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경부, 시민단체 동원 한미 FTA 찬성여론 조작

 


재정경제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소고기 개방 찬성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시민단체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미 FTA 협상 막바지 찬반 논쟁이 한창일 당시 재경부는 부랴부랴 시민단체에 예산을 줘 소고기 등 생활필수품 가격을 비교하도록 하고 시민단체는 이를 자체 조사인 양 발표한 것으로 3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정부 부처 간 논의가 없어 농림부는 재경부 용역 결과인 줄도 모른 채 “사실이 아니다”며 해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관계 부처와 시민단체에 따르면 시민단체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 지난 3월15일 발표한 ‘세계 29개국 소비자물가 조사’는 재경부 예산 2800만원으로 실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시모는 당시 세계 29개 주요 도시 물가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물가 수준이 매우 높고 소고기값은 세계 1위라며 시장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소고기값 세계 1위’ ‘일본보다도 비싼 소고기값’ 등으로 보도돼 파문을 일으키며 FTA 찬성 여론에 불을 지폈다. 이에
전국한우협회 등 농민단체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농림부도 “일본보다 비싸지 않다”며 해명자료를 냈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이 연구는 여러 면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우선 소시모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재경부 용역연구’라는 사실도 전혀 밝히지 않았다.

발표 시기도 문제다. 재경부가 소시모와 계약한 연구 용역 기간은 2월22일부터 4월 21일까지다. 소시모는 그러나 조사 도중 핵심 내용을 중도에 발표했다.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이공계의 경우 국가 예산으로 이뤄지는 연구는 연구진이 보안서약서까지 작성할 정도로 연구 결과 발표에 신중을 기한다”며 “특히 정부 예산 지원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든지, 연구 도중 발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용역 방식과 내용도 문제다. 재경부는 ‘사안이 시급하고 소시모는 객관적 조사기관’이라는 이유로 공개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택했다. 또 연구활용 방안에 대해 ‘소시모 홈페이지와 언론홍보를 통해 적극 홍보하겠다’고 밝혀 FTA 국면에 시민단체를 동원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소시모 관계자는 “이전에도 정부 용역연구를 여럿 수행했지만 예산 출처를 밝힌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정책연구를 관리하는 부처인
행정자치부 지식행정팀 관계자는 “연구 결과 발표 때 재원 출처를 밝히는 것은 상식”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성준 기자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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