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직거래 없이는 경쟁력 없다

posted Aug 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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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소비자값 59%가 유통마진… 농가만 피해
ㆍ소규모 축산농가 포함되는 장터마련 절실


올들어 한우의 산지가격은 큰 폭으로 떨어졌으나, 소비자가격 하락은 미미해 유통망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격 하락이 농가 손해를 키우는 데다, 소비자들마저 가격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 중간 유통업체만 이익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미 쇠고기 수입 재개와 맞물려 한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한우 직거래가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소규모 축산농가들이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체계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28일 농업전문연구기관 GSnJ의 보고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한우산업에 태풍인가 미풍인가’에 따르면 지난달 600㎏ 한우의 평균 산지가격(암·수소 도축소 가중평균)은 334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4분기(461만9000원)보다 26.1%나 떨어졌다. 지육(머리 등을 뗀 고깃덩어리) 가격도 지난해 4·4분기 ㎏당 1만1672원에 비해 14.8% 내렸다.


이는 미 쇠고기 수입이 재개돼 소값 하락을 우려한 한우 농가에서 소를 내다팔았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으로 값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한우의 소비자가격지수(2005년 평균치가 100)는 지난해 말 99.2에서 93.7로 5.5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산지와 소비자 구매가 사이의 격차는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는 고질적 문제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보통 산지에서 정육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될 경우 유통단계의 누적마진이 110%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1등급 600㎏짜리 소를 농가에서 600만원에 판매하면 수집상은 이를 도축장으로 5% 정도 마진을 붙여 넘긴다. 도축장에서는 마리당 4만원의 도축비를 포함, 이윤 등 15% 정도 마진을 남기고 도매상에 판매한다. 이때 소값은 724만5000원으로 뛴다. 도매상은 정육점 등 산매상에 비용을 포함해 30% 수준의 유통마진을 붙이고, 정육점은 운송비·보관비 등을 포함한 60%의 마진을 남겨 소비자가격을 정한다.


이에 따라 최종 소비자는 1506만9600원에 구입하는 셈이다. 특히 한우는 도·산매 중개상인이 많아 보통 7~8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유통마진은 더해질 수 있다. 또 한우 전문점 등 식당에서 소비자가 구입할 경우 마지막 단계에서 350%가 넘는 마진이 더해진다. 실제로 강원 영월 산지의 한우 직거래 매장인 ‘다하누촌’에서 1인분(150g)에 7000원 수준인 1등급 쇠고기(등심·안심·갈비살 등 모둠구이)가 강남과 광화문 등 서울 도심지역에서는 3만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마트, 백화점, 온라인몰 등에서 직거래를 늘리는 추세다. 가격을 낮추면서 품질도 직접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와 직거래를 하고 있는 곳은 축협 등의 인증을 받은 브랜드 한우가 대부분. 특히 안정적 물량 확보를 위해 연간 1000마리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농가가 대상이다. 국립농수산물품질관리원이 지난해 12월 조사한 국내 축산농가 규모를 보면 전체 17만8721가구 중 500마리 이상을 키우는 곳은 57가구에 불과하다. 마트 등과 직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고급육 이외의 한우는 여전히 다단계 유통망을 통할 수밖에 없다.


전국한우협회 남호경 회장은 “한우가 가격경쟁력을 가지려면 직거래는 핵심”이라며 “정부가 나서 소규모 농가가 소비자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전국적인 직거래 판매처를 마련하는 등 한우의 유통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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