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뿔났다’

posted Sep 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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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비료·사료 1년새 두배 올라
출하거부·농기계 반납 등 본격 투쟁

농민들이 단단히 뿔났다. 생산비는 폭등하는데 농축산물 가격은 떨어지면서 소득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풍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광주·전남지역 농민들은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지 결정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전국 최대 쌀 주산지인 전남지역 농촌이 `농사 포기’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직면해있는 것이다. 급기야 농기계를 반납하고 공공비축 수매를 거부하는 등 쌀 출하 거부를 결의하기도 했다.


전국농민회 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1일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한편, 이앙기 등 농기계 20대를 도청에 반납했다. 농민들은 “기름 값 폭등으로 농기계가 돈 버는 기계가 아닌 돈 잡아먹는 기계가 돼 반납한다”며 “지자체는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 생존권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생산비 폭등= 농협을 비롯한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의 폭등을 이유로 비료, 사료, 시설원자재 가격을 올려 그 부담을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그러면 국제 유갇곡물·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농축산물 생산비 상승은 어느 정도일까. 1일 전국농민회총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면세유 가격은 경유 1리터당 690원이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오르기 시작해 올해 6월 리터당 1276원으로 1년 새 2배 올랐다.


요소비료는 지난 2003년 20㎏ 한 포대당 5300원, 2004년 8500원, 2005년 8150원, 2006년 8900원, 2007년 9750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하지만 올해 두 차례 인상으로 지난 6월1일 현재 2만700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올랐다. 2003년과 비교하면 4배 가량 오른 셈이다.


사료는 2006년 11월부터 8차례 인상으로 80% 이상 올랐으며, 하우스용 파이프 등 농자재 값도 지난해보다 47% 가량 폭등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발표한 `2008년 농산물 생산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비도 10a당 111만3485원으로 지난해 96만6868원보다 14만6617원이나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정곡 80㎏ 한 가마당 생산비도 19만1436원으로 지난해(16만7251만원) 보다 2만4185원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 하락 농민 소득 줄어= 반면 농산물의 가격은 제자리걸음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 `한우산업 현황’에 따르면 암송아지와 600㎏짜리 큰 수소의 가격은 지난해 7월 대비 각각 88만원, 135만원 하락했다. 이로 인해 축산 농가는 마리당 100만 원 가량 손해를 보고 있다. 쌀값은 공공비축 매입량 감소, 생산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 수확철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0.7~3.3%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도 국회에 보고한 자료를 통해 면세유·사료·비료 가격의 급등으로 생산비 부담이 커져, 올해 농가의 소득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시설작목 농가의 연간 소득은 7월 현재 단위 면적 10a당 488만2000원으로 지난해 803만3000원에 비해 39%나 낮다.


▶추석이후 투쟁 본격화=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오는 19일 전국 동시다발 광역 농민대회를 갖고 투쟁에 들어갈 방침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고시철회 및 쇠고기 재협상 △한미FTA국회비준 반대 △면세유 환급금 확대 및 면세유량 확대 △축산농가 지원확대 및 사료 값 안정정책 실시 △ 비료 값 50% 정부보조제도 실시 △쌀 목표가격 인상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광주·전남지역 농민들은 쌀 출하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영광군 대마면 쌀 농가의 출하거부 결의를 시작으로, 이달 중순쯤 각 시·군 농민회를 중심으로 투표나 총회를 거쳐 출하거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농민들은 현재 40㎏한 포대에 5만3000 원 정도인 쌀 가격을 최소 7만 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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