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위반 식당 0.11% 뿐?

posted Sep 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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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표시 7~9월 단속결과 봤더니
DNA 검사도 한다지만 단속보다 계도 치중
대형음식점 위반 밥먹듯… 소비자 불안 여전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 유통된 뒤로 쇠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 메뉴판에 주석(註釋)처럼 원산지 표시가 등장했다. 하지만 '미국산 호주산 국내산 등으로 표시된 원산지를 정말 믿을 수 있나'하는 의심이 완전히 가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함께 원산지 표시 단속에 나선 전문가들도 "육안으로 원산지를 제대로 식별해 낼 확률은 60~70% 정도"라고 실토한다.


일반 소비자라면 색깔, 신선도 등의 특징을 완전히 숙지하더라도 더더욱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원산지 표시 단속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원산지를 둘러싼 단속반과 공급자의 '숨바꼭질'이 쉽게 끝나지 않을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육안, 절단형태, DNA 검사까지 동원


쇠고기 원산지 표시 단속에는 소위 '특별사법경찰관리'가 동원되고 있다. 경찰은 아니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로 법적으로 단속권이 주워진 공무원을 일컫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식품의약품안전청, 지방자치단체 직원들이 위주다. 내부고발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손님을 가장한 암행단속은 하지 않고 대부분 단속반임을 알리고 업소를 찾아간다.


단속은 보통 2~3개 시ㆍ군을 통합해 농산물품질관리원 출장소 한 곳이 담당하게 된다. 서울은 서울출장소가 시 전체를 단속한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서울출장소 김홍민 원산지표시 담당 주무관은 "하루에 10개 업소 정도를 점검하는데 적발해 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단속반이 들이닥쳐 서류나 냉동고를 뒤지는 등 방해를 한다며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드러내는 업주들이 많아 단속이 쉽지도 않다"고 말했다.


단속반은 우선 거래장부로 원산지 허위표시를 따진다. 김영진 대검찰청 형사2과장은 "쇠고기수입업체와 공급업체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거래장부만 봐도 원산지의 진위여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이 가장 핵심인 육안 식별. 김 주무관은 "호주산은 목초를 주로 먹이기 때문에 쇠고기에 박힌 지방색깔이 약간 노란색을 띄고 한우와 미국산 쇠고기는 빛깔이 비슷한데 한우가 보다 신선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육안 식별을 위해 전문가들은 한우를 비롯해 미국, 호주, 뉴질랜드산 쇠고기의 시료를 채취에 눈에 익히고 비교하는 연습을 반복한다.


국가별로 도축과 절단 형태가 다르다는 점도 식별의 포인트. 김 주무관은 "미국은 대량도축과 절단이 일반화 돼 있어서 절단형태와 크기가 일정하다"며 "이에 반해 한우는 업자별로 냉장상태에서 소규모 절단을 하기 때문에 절단형태가 제각각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원산지 허위원산지 허위표시가 분명한데도 업자가 반발할 경우, 단속반은 최후 수단으로 DNA 검사를 동원한다. 정부는 한우의 DNA 정보를 저장해 놓고 있으며, 향후 외국산 쇠고기 DNA정보도 축적해 나갈 예정이다.


■ 위반업체 0.11% 불과, 그 진실은


대검찰청은 11일 쇠고기 원산지표시제가 강화ㆍ시행된 7월부터 9월 10일까지 전국 약 28만4,000개 음식점과 유통업자 등을 단속한 결과를 발표했다. 총 242곳이 원산지를 허위 표시해 형사 입건됐고, 이중 대부분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위해 관할 관청에 통보됐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업소 73곳을 포함하면 총 315곳이 적발됐다.


전체 단속업체 수와 비교해 보면 위반업체는 0.11%에 불과한 셈이다. 그렇다면 안심해도 될까. 그렇지는 않다. 정부는 9월까지 원산지 표시 홍보 및 계도기간으로 정해놓고 100㎡(30평) 이하 업소에 대해서는 단속보다는 계도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에 나섰다. 결국 0.11%에는 대형업소들만 주로 포함됐다. 적발 수치를 보고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미다.


이번에 적발된 유형별로는 수입쇠고기를 국내산으로 허위 표시한 사례가 76건, 미국산을 호주산으로 표시한 사례 65건 등이었다. 국내산 육우(식용젖소나 외국 종자와 교배해 한국에서 키운 것 등)를 한우로 표시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대형 리조트에서도 버젓이 원산지 표시를 위반하고 있었다. 제주시 R골프리조트 레스토랑은 호주산 쇠고기 갈비 30㎏을 갈비탕으로 조리하면서 국내산 육우로 표시했고, 경남 K식당에서는 호주산 쇠고기 15㎏을 햄버거로 만들어 판매하면서 국내산으로 표시했다.


부산 G 뷔페식당은 중국산 쇠고기 갈비 가공품을 소갈비찜으로 만든 뒤 원산지를 호주산으로 허위표시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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