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키우기' 포기 농가 급증…3개월 새 4만 마리 줄어

posted Jan 0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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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가는 하락하는데 소비자가는 상승…정부 대책 필요"



소값이 폭락하면서 농가의 한우 사육두수가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축산업계는 정부의 관련 지원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현재 한·육우 사육 마리수는 243만 마리로 전분기보다 4만 마리(1.6%) 감소했다.


한우 사육량이 불과 3개월 사이에 이처럼 줄어든 까닭에 대해 통계청은 "생산비 증가와 산지가격 하락이 겹친 데다 경기침체에 따라 소비부진도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우 산지가격 하락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003년 12월 485만 원이던 600㎏짜리 한우 수컷 산지가격(비거세우)은 매년 꾸준히 하락, 지난해 11월에는 377만 원으로 떨어졌다. 육질이 좋아 고급육으로 분류되는 거세우 가격은 600만 원대로 하락했다.


농가부담이 커지는 원인은 크게 사료값 증가와 유통구조 개선 미비에 있다. 게다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 시판되면서 가격하락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농가가 겪는 고통의 일차 원인은 사료값이다. 농가가 사용하는 곡물사료는 100% 수입인데 선물 결제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최근 원자재값 하락분이 제대로 사료값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환율 폭등으로 사료값은 오히려 오르는 추세다.


최근 25㎏들이 곡물사료 가격 1만3000원을 기준으로 수소 한 마리 생산비용을 얼추 계산하면 농가가 얼마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장사를 하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먹는 사료는 보통 6~8㎏. 사료 한 포대로 3~4일 정도 버티니 한 달에 소 한 마리에 들어가는 사료비만 최대 13만 원 선이다. 24개월 키운 후 도축하기까지 사료비만 300만 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송아지 구입 가격 평균인 160~200만 원을 더하면 수소 한 마리에 드는 원가만 500만 원대다. 비거세우는 이미 손해를 보고 파는 상황인 셈이다.


미국산 쇠고기 시판도 가격 하락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사료값 부담으로 안 그래도 피폐해진 농가가 새 경쟁 상대를 만나면서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패닉 상태에 빠져 무조건 도축에 나서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이다. 이는 일시적으로 쇠고기 공급량을 늘려 가격 하락을 더 부추기고 있다.


장기선 전국한우협회 부장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 본격화로 안 그래도 큰 생산비 부담을 덜기 위해 '사육두수를 줄이고 보자'는 경향이 크다"며 "도축량이 급증해 산지가격은 더 떨어지고 이로 인해 송아지 가격까지 내려가는 이중고를 농가가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급식과 군납용으로 이용되는 비거세우 가격 폭락이 뼈아프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군납에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농가는 이제 미국산 쇠고기와 군납경쟁에도 나서야 한다.


아무리 팔아도 수익을 얻기는 어려운데 사육부담은 늘어나기만 하니 암소 도축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원천인 암소마저 도축해 생산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한우협회에 따르면 최근 암소 도축률은 전체의 46%에 달한다. 장 부장은 "과거 추세를 보면 암소 도축률이 45%를 넘어서면 소가 줄기 시작했다"며 "소를 키우기 어려우니 농가가 본격적으로 소 생산 줄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유통구조는 한우 가격을 오히려 왜곡하고 있다. 사료값 상승분만 반영될 뿐, 산지가격 하락분은 전혀 쇠고기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쇠고기(국산) 소비자 물가지수는 2005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지난 2003년말 97.4에서 작년 11월 107.4로 오히려 올랐다. 산지가격은 하락하는데도 쇠고기 값은 오히려 꾸준히 오른 셈이다.


농가의 불안감을 없애주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은 결국 정부의 진심어린 관심 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장 부장은 "원산지표시제, 개체이력시스템 등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는 어느 정도 나온 상태다. 문제는 (정부의) 진정한 노력이 농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생산비를 줄이고 산지가격 하락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성 농협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정부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특히 유통부문 합리화를 한시라도 빨리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젖소 사육 마리수는 44만6000마리로 전분기보다 오히려 1000마리(0.2%) 증가했다. 통계청은 "매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지만 최근 우유가격 상승과 송아지가격 급락 때문에 소폭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와 가격경쟁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 돼지 사육마리수는 908만7000마리로 전분기보다 19만7000마리(2.1%) 감소했다. 통계청은 특히 영세농가의 폐업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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