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농가 ‘규제 전봇대’,법무부가 뽑아낸다

posted Jan 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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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에서 한우 80여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영길(58)씨는 축사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1998년 지은 축사의 경우 부동산소유권보존등기가 문제없이 발급됐지만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만든 표준설계도에 따라 2006년 지은 축사는 8000여만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등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축물 대장에도 올라있고 세금까지 내는 상황에서 등기가 안 돼 담보로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들었을 때는 기가 막히기까지 했다.


김씨의 축사가 등기를 받지 못한 것은 2005년 2월 제정된 대법원 등기예규 1086호 때문이다. 대법원등기예규상 축사는 지붕과 함께 반드시 사방이 벽으로 구성돼 외부의 공기를 차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대법원 예규가 소를 키우는 축사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돼지나 닭과는 달리 되새김질 동물인 소의 경우 소화과정에서 다량의 메탄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환기가 매우 중요하다. 유엔기후협약(UNFCCC)에 따르면 소 1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60∼113㎏에 달한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소의 폐에 문제가 발생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농가가 사방을 벽으로 막지 않고 철제강파이프 등을 사용해 개방형 축사를 짓는다.


김씨를 비롯한 축산농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수 차례 농림수산식품부와 대법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우연찮은 기회에 이 같은 사실을 안 법무부는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부동산등기제도를 개선해 한우농가의 민원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27일 일정 규모 이상 축사에 대해 건물로 인정해 등기부등본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축사의 부동산 등기에 관한 특례법'을 오는 5월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22일 한우협회와 농협 등으로 구성된 합동TF 첫 회의를 갖고 축사규모 등을 논의했다"면서 "특례법이 제정되면 50마리 이상 키우는 전업축산농가 내 1500여동의 개방형 축사가 새롭게 등기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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