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네 한우곰탕, '국물만 한우, 고기는 수입'...원산지표시법 '사각지대'"

posted Oct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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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네 한우곰탕, '국물만 한우, 고기는 수입'...원산지표시법 '사각지대'"


 

프랜차이즈 '유가네 한우곰탕'은 '한우곰탕'이라고 표시, 판매하고 있지만 육수만 한우를 쓴다. 고기는 수입산이다.

수입 소고기에 한우 육수만 넣은 제품을 '한우곰탕'이라고 알려온 셈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전 재료 한우를 사용해 우려낸 곰탕이라고 오인할 만하지만 원산지 표시판에 '고기는 수입산'이라고 표기했기 때문에 현행 원산지표시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산지표시법 개정, 제대로 된 시행으로 소비자 혼동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우 농가들은 이에 대해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우롱하고 손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지적해왔다.

지금까지 농가들은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다양한 한우 부정유통에 대해 대응해왔지만 '아직 갈 길이 먼' 현실을 토로하고 있다.

25일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한우곰탕이라고 하면서 국물만 한우 국물을 쓰고 수입산 고기를 쓰는 것은 속임수"라며 "이를 제대로 바로 잡는 것은 생산자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더 보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등 소비자단체 발표 자료를 보더라도 원산지표시 혼동 우려 표시 품목으로 탕류, 국물요리가 39%로 가장 많다. 소비자단체도 해당 자료를 통해 탕류는 육수와 고기 원산지에 '섞음' 표기를 하지 않고 육수를 국내산 한우를 사용하면 육수 원산지만 강조해 소비자가 한우만 사용하는 것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산지표시제는 1991년 도입, 2010년 일원화돼 원산지표시법이 제정됐다. 정확한 원산지 표시로 소비자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고 공정한 유통질서를 확립,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허위표시나 미표시, 혼동표시 등을 규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현행 원산지표시법은 가공품 조리, 판매 제공자에 대해 제6조 2항 1호에서 원산지 표시를 거짓으로 하거나 이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어 3호에서는 원산지 표시한 농수산물과 가공품에 원산지가 다른 동일 농수산물이나 가공품을 혼합해 조리·판매·제공하는 행위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은 동시에 섞음표시제를 허용해 소비자 혼동을 초래하면서 느슨한 단속을 조장하고 사실상 법을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섞음표시제는 원산지가 다른 2개 이상 동일 품목을 섞어 표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소비자 알권리 보장과 경제적 손실 방지를 위해 제도 악용 소지가 있는 섞음표시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위반 시 처벌 수위가 약한 점도 개선점으로 지적된다. 현행 법 상 한우와 육우, 수입산으로 원산지를 표시, 판매하도록 돼 있고 이를 거짓으로 표시하면 형사처벌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 미표시나 표시사항 위반은 5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생산자인 한우 농가들은 유통, 판매 과정에서 거짓과 속임수는 결국 한우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려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간접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로 인한 한우 농가 피해는 연간 4000억원에서 68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는 원산지 허위, 미표시로 인한 한우 생산자 피해 산정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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