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업 버렸다”…농민 부글부글
개도국 지위 포기 관련 농민단체 일제 반발 성명
정치권도 “생명산업 포기한 것”…결정 철회 촉구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것과 관련 농축산업계의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제20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WTO 개도국 특혜 관련 안건을 논의하고 “미래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flexibility)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전제 하에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995년 WTO에 가입한 이후 약 25년간 농업과 기후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GDP 규모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국민소득 3만불 등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더 이상 개도국의 특혜를 주장할 명분이 떨어진다는 판단인 것이다.
하지만 농축산업계의 생각은 달랐다. 적어도 ‘농축산분야 만큼은’ 개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인데 또 농민을 희생양으로 삼고 식량주권을 포기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김홍길)는 성명을 통해 “현재 농축산물 가격은 각종 FTA 관세 인하로 모두 폭락하고 있으며 자급률은 대폭 하락해 바닥을 기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농업예산은 계속 줄어들고 품목별 안정대책은 전무한 상태이며 대책이라고 일부 품목에 만들어놓은 세이프가드는 발동조차 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익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 농업은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 국회 농해수위 황주홍 위원장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발표 직후 긴급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농업인을 포기하는 선언을 했다”며 “국회 농해수위 결의안의 정신에 따라 정부 발표가 매우 잘못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이번 정부 결정은 번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