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퇴비부숙도검사 의무화, 1년 뒤 잘 정착하려면
퇴비부숙도검사 의무화 시행일이 이달 25일로 코앞에 닥쳤다. 환경부가 2015년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제정한 후 약 5년 만이다. 준비 부족을 우려해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부는 대신 계도기간을 1년 두기로 했다.
길지 않은 계도기간 동안 준비를 끝마치려면 정부와 축산업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와 축산업계가 풀어야 할 남은 과제들을 몇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정부는 퇴비화 시설과 장비 설치에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해 가축사육제한구역 내 퇴비사 증개축을 막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연구를 통해 제시한 바 있다. 올 1월 환경부가 지자체에 협조공문을 보냈지만 담당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여전히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퇴비사 면적 및 용량과 관련된 지침도 상세하게 정해 퇴비사 개조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이 없어야 할 것이다.
부숙도 분석기관을 늘리고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연간 15만점 이상의 퇴비 시료에 대해 부숙도를 측정해야 하지만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공인 분석기관은 100개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또 부숙도 기준을 어긴 농가에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정확도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분석기관을 확충하고 측정방법을 개선해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또 경종농가와 축산농가 모두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축분뇨 퇴비를 사용하는 경종농가에겐 공익직불금 등의 인센티브를 줘야 하고, 축산농가에겐 농장 외부의 농경지에 퇴비 저장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그래야 가축분뇨 퇴비의 수요가 늘고 저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축산 냄새를 줄여 가축분뇨 처리가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축산농가들은 퇴비 뒤집기 횟수를 늘려 부숙 효율을 높여야 한다. 지난해 한우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퇴비부숙도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80%가량이 단순퇴적식 및 수동 뒤집기식 퇴비화를 하고 있었다. 또 수동 뒤집기식 퇴비화를 하는 농가라고 하더라도 뒤집기 횟수가 주 1~2회에 불과해 단순퇴적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농가들이 수동식으로라도 뒤집기를 자주,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생산자단체가 홍보·컨설팅에 나서야 한다.
퇴비부숙도검사 의무화의 취지는 미부숙 퇴비로 발생하는 축산 냄새와 수질오염을 방지하는 데 있다. 따라서 축산농가들은 부숙도 관리 및 축산환경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 계도기간 종료까지 자발적으로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또 이를 정부와 생산자단체가 잘 뒷받침한다면 부숙도검사 의무화는 우리나라 축산업을 한단계 성장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