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문 열지”…가축시장 개장 기약 없어 한우농가 시름

posted Mar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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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문 열지”…가축시장 개장 기약 없어 한우농가 시름

전국 가축시장 휴장 장기화 

번식농가, 6~7개월령 송아지 출하기 놓치고 생산비만 늘어 

비육농가, 입식 늦어질수록 2년 뒤 출하량 줄어 소득 감소 

재개장 땐 공급과잉으로 송아지값 폭락사태 우려 

일선 축협, 생축거래 알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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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축시장의 휴장이 장기화되면서 한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에 따르면 13일 기준 전국 가축시장 89곳 모두 임시휴장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각 축협이 내린 결정이다. 확산 초기에 문을 닫은 곳은 확진자가 가장 많은 경북·대구 지역으로, 이곳에선 한달 가까이 송아지 경매가 열리지 않고 있다.

농가들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가축시장 휴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경제적인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번식농가는 늘어나는 생산비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출하시기를 맞은 6~7개월령 송아지를 팔지 못한 채 기약 없이 사료만 먹여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봉화에서 한우 20여마리를 사육하는 김지희씨(38)는 “이달초 수송아지 5마리를 출하하려고 했지만 시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매일 사료만 먹이고 있다”며 “이들 송아지에 드는 사료값만 한달에 40만원 가까이 되는 데다 왕겨·물 등 부대비용도 꾸준히 나가고 있어 마음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수송아지는 제때 출하하지 못하면 좋은 경매가를 받기 힘들다는 점도 큰 걱정거리다. 늦어도 9개월령 이전에 거세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 시기가 지나면 도축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려워 비육농가가 구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비육농가도 길어진 휴장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송아지 입식이 지연될수록 2년 뒤 출하할 비육우 마릿수가 줄어 소득 감소가 예상돼서다.

강원 양구에서 한우 300여마리를 비육하는 이정수씨(37)는 “매월 10~20마리씩 비육우를 출하하고, 그만큼 송아지를 입식해왔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직거래로 송아지를 8마리 정도밖에 구하지 못해 일부 축사를 놀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져 시장이 재개장하면 송아지값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적체됐던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기약 없는 개장에 번식농가가 문전거래의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당장 융통할 돈이 필요한 농가들이 중간상인에게 평소 받을 수 있는 경매가보다 낮은 값에 송아지를 넘기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일선 축협들은 ‘생축거래전담센터’를 만들어 송아지와 번식용 암소거래를 알선하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축협 직원이 입식 희망 농가를 모은 뒤 판매 신청 농가를 방문해 소규모 경매를 주관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경북 경주축협은 이 방식으로 평소 경매물량의 40%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양성곤 경주축협 축산지원단 과장대리는 “코로나19 방역만큼 가축시장 휴장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농가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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