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인구 늘며 홈밥 트렌드 확산
신선식품 위주 장보기 수요 급증
‘한 번에 많이’ 대용량 구매 선호
소비 뒤틀림 따른 일시현상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하면서 집에서만 머무는 ‘집콕’ 인구가 늘고 있다. 회사마다 재택근무 방침이 정해지고, 출근을 하더라도 저녁 회식 등 모임이 모두 취소되면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때아닌 ‘삼시세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집에서 먹는 쌀이나 생수, 라면, 통조림 등 생필품 소비가 대폭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실물경기가 급격히 축소되고, 소비도 위축되는 상황에 비추면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형마트의 객단가 상승에는 세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분석된다.
우선 그간 소비자들은 코로나19 감염 공포로 온라인몰에서 생필품을 모두 해결해왔다. 이에 택배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배달 지연 사태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신선식품의 경우 시간이 생명인데, 배달 시간이 1~3일씩 늦어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공식품 역시 필요할 때 제때 배달되지 않아 불편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이에 당장 필요한 물건이 필요한 대형마트에 잠깐 들러 필요한 것만 얼른 사오는 ‘목적 구매’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소비행태가 급격히 바뀐 셈이다.
이와 함께 예전 같으면 한 달에 두 세차례 보던 장보기 횟수를 줄이다 보니 장을 볼 때 대량으로 구매하는 패턴도 뚜렷해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2인 소포장 제품이 잘 팔렸지만, 요즘은 대용량 제품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게 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포장 제품에 비해 대용량 제품의 가격이 높다보니 객단가도 자연히 높아졌다.
여기에 고객들이 주로 사가는 품목이 고가의 제품이 많은 것도 객단가를 높이는 원인으로 풀이된다. B마트에 따르면, 이번 달(3월 1일~15일)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한우의 매출 신장률은 43%였다. 외식 대신 집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려는 심리 때문에 한우의 매출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밖에서 하는 회식 대신 집에서 홈술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냉동만두(170%), 오징어채(53%), 육포(14%) 등 안주류의 매출도 늘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로 재택근무가 늘고, 외출을 꺼리는 사람이 증가해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크다”며 “마트에 자주 가진 못하지만, 사람이 없는 시간에 필요한 것만 대량으로 사는 목적 구매가 늘다보니 썰렁한 매장 분위기에 비해 매출은 견조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객단가 상승을 바라보는 유통업계 현장의 시각은 불안하기만 하다. 객단가 상승이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매출상승이라는 선순환 구조에 의한 것이기 보다는 ‘소비 뒤틀림’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실물경제를 급격히 절벽으로 떨어뜨리고 있고,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어서 소비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객단가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출 볼륨이 커진 것은 아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목적구매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데다, 소비심리도 상당히 악화된 상태여서 일시적인 객단가 상승 현상도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헤럴드경제 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