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코로나사태…심각해지는 한우 ‘등심‧갈비’ 재고

posted Mar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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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서 주로 소비되던 구이용 부위 적체현상 심각
한우등심, 할인·덤핑에 냉동까지 유통업계 어려움 ‘심화’


 코로나19로 인한 외식업계의 타격이 한우의 등심재고 심화 등 유통업계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확산과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로 외식소비가 급감하면서 한우전문식당에서 주로 소비되던 구이용 부위인 등심과 갈비가 남아돌면서 이들 부위의 체증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뚜렷해진 집밥 소비 확산으로 양재와 사태, 우둔 등의 정육은 모자라고 구위용 부위는
남아도는 등 한우의 부위별 수급 불균형 현상 등의 부작용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 남아도는 한우등심 어찌하오리까
코로나19가 강타한 외식업계 영향에서 한우식당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서울 및 수도권의 한우식당을 주거래처로 두고 있는 한우육가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우식당의 주문량은
코로나19 발생이전 대비 40~70% 가까이 줄었다.

서울 강남에서 투플러스(1++) 등심과 갈빗갈 전문점을 다점포로 운영 중인 ㅁ등심 관계자는 “
최근 매장방문객들이 크게 줄면서 코로나이전 대비 매출이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우암소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에 한우를 납품하고 있다는 음성축산물공판장 박 모 중매인은
“1주일에 2~3마리 들어가던 물량이 코로나19로 인해 1마리도 들어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한우전문식당의 소비 급감은 당장에 육가공업체들의 재고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집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집밥 소비 확대로 소규모 마트와 정육점에서의 정육 주문이 이어지며 지육을 구매할 수밖에 없지만 남아도는 등심과 갈비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육가공업체들 가운데는 식당에 거래처를 둔 업체들의 경우 소규모 정육점을 주 거래처로 둔 업체들 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경영 압박을 받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정육은 딸리고 구이는 쳐지면서’ 부위별 수급불균형은 도매업계 너나 할 것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한우 육가공도매업계는 가뜩이나 도축물량 감소로 한우지육 가격이 크게 상승해 매입가격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자금 압박에다 등심재고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형국이다.

■ 할인·덤핑에 냉동까지...정상제품도 제값 못 받아

설 명절 특수 이후인 2~3월이 한우고기 소비 비수기 인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2월말~3월 초순까지의
등심 재고 문제는 그나마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게 한우도매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1월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두 달 여 가까이 지속되면서 한우의 유통기한인 60일이 임박하며 유통업체들의 재고부담이 한계에 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마장동한우시장에서는 한우 등심가격이 도매시장 가격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덤핑·할인판매 되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의 경우 냉동작업에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광준 마장한우협동조합 이사장은 “1++등급 7만원대의 한우 등심을 냉동할 경우 4만원도 받지 못하게
되는 등 육가공업체에는 엄청난 손실이지만 가격을 할인해 판매해도 식당에서 가져가질 못하니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냉동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큰 인기를 끌면서 냉동작업이 뚝 끊겼던 ‘갈비’ 역시 다시 이전의 ‘명절셋트작업’으로
회귀하고 있다.

등심의 인기를 능가하는 ‘갈빗살’의 인기로 지난 연말까지 냉동 등 재고물량을 찾기 어려웠던 한우갈비는
최근 한우식당의 매출감소로 등심과 함께 재고부담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민속LCP 김재영 부장은 “경북을 중심으로 갈빗살의 인기가 많아 수도권으로 올릴 물량이 부족했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재고가 급격히 늘면서 최근 갈비 작업물량의 3분의 2는 냉동작업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구위용 부위 체화…소 값에 영향줄까 ‘우려’

등심과 갈비 등 한우의 주요 소비부위들의 체화현상과 재고는 한우육가공업계의 구매력과 작업량에
영향을 미쳐 소 값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

한우 육가공업계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한 달 두 달 지나는 동안 어떻게 되겠지
하다보니 한우의 유통기한이 임박하면서 최근에 너나할 것 없이 할인에 돌입하고, 물건들이 갑자기 많이
쏟아지니 정상제품까지 잘 팔리질 않는 등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가격 비중이 높은 등심 재고가
 많으니 물량을 구매하는 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육가공업계의 재고부담을 떨어내는 등 원활한 한우유통을 위해선 구위용 부위의 소비 활성화가 최선이지만 이들의 가장 큰 소비처였던 ‘외식’에서의 소비가 꽉막힌 병목현상을 빚고 있어 활로를 모색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속LPC 등 한우대형육가공의 경우 최근 1++등급 등심을 kg당 6만9천원에, 1+등급 등심을 5만9천원에
파격 할인판매하는 한편,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경우 한우 등심 1등급가격을 100g당 5300원에 판매하는 등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통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정에서 소비하는 등심과 숯불구이에 적합한
갈빗살의 소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오는 5월 당초 대규모 한우소비촉진을 기획했던 전국한우협회는 한우 숯불구이축제로 본격적인
‘한우고기 소비 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행사의 개최여부를 확정짓지
못하는 등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지금으로선 이렇다 할 소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우업계 한 전문가는 “2011년 한우가격 폭락사태는 구제역 발생으로 출하가 지연된 소들이 한꺼번에
출하가 몰리면서 가격 폭락의 나비효과를 가져왔었다”면서 “한우사육두수가 급증한 상황에서 한우가격을
형성하는 주요 부위들의 재고증가는 육가공업체들의 구매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소 값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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