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증가·접근성 저해”
약사단체 반대 목소리에
수의계 “오남용 환경 옹호” 지적
정부의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 확대 움직임에 약사단체와 수의계가 충돌하고 있다. 약사단체들은 동물보호자의 진료비 증가와 의약품 접근성을 저해하는 행태라고 비난하는 반면, 수의계에선 약사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물용의약품 오남용 환경을 옹호한다며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 확대에 대한 협조를 주장했다.
‘수의사처방제’는 동물용의약품 오남용을 막고, 전문가인 수의사들이 동물용의약품을 사용·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13년 도입한 제도다. 농식품부는 수의사처방제 도입에 맞춰 수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도 지정했다. 다만, 제도를 처음 도입하는 만큼 관리가 가장 시급한 15% 수준의 동물용의약품을 우선 지정하고,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의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 확대 추진도 이러한 결정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농식품부 움직임에 대한약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약사회는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 확대는 동물보호자의 치료비 증가를 유발하고, 의약품 접근성을 저해한다”며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 확대 추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약사회는 지난달 말 농식품부가 주관한 화상 회의에서도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인체용 전문의약품 수준인 60%까지 확대하겠다는 농식품부의 입장은 국민의 이익보다 수의사 이익에 집중하는 본말이 전도된 행태”라며 “농식품부는 수의사 처방 대상 품목 확대가 아니라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동물병원 진료비와 약값 폭리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러한 약사단체의 주장에 수의계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약사단체가 관련 법안 개정 당시부터 이미 정부의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 단계적 확대 방침을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처방 대상 품목 확대 논의 때마다 반대를 반복하며 동물용의약품 오남용 환경을 옹호한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지난 1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동물용의약품 유통체계를 훼손하는 주된 원인은 약사의 이름만 걸고 운영하는 동물약품 도매상 등 약사들의 책임이 크다”며 “그런데도 오히려 반성 없이 수의사들에 대한 비방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선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중요 관리대상으로 지정한 일부 항생제와 부작용 우려가 큰 동물용의약품도 수의사 처방 없이 임의 사용이 가능한 실정”이라며 “전문가 단체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 확대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약사들만의 이익이 아니라 동물의 생명과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 확대 지정에 전향적으로 협조해 달라”며 “동물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서라도 동물용의약품의 사용·관리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