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약발 끝, 한우값 꺾였다

posted Jul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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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휴가철 7월은 성수기인데 지난달보다 판매량 30% 줄어"


서울 마장동에서 한우 도매업을 하는 A(31)씨는 요즘 냉장고에 쌓여 있는 고기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마장동 축산시장은 지난 3월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한 직후에는 사람 구경을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5월 중순 들어 고객 발길이 늘더니, 지난달 중순에는 한우 판매가 예년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A씨는 "6월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30% 줄었는데, 주변 가게 중에선 40% 이상 빠진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한우 소비량이 최근 한 달 새 줄고 있다. 보통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은 상대적인 비수기인 5~6월과 비교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7월 한우 소비가 전월에 비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급등하던 한우 가격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유통업체들은 "정부의 재난지원금 효과가 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의 한우 가격 급등과 소비 증가는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가(假)수요였다는 것이다.

지원금 약발 다했나… 한우값 하락
한우값은 5월 13일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전후로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한우값(1등급 등심 기준)은 올해 초만 해도 1㎏당 9만원 안팎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5월 하순 9만5000원을 돌파하더니, 7월 1일에는 10만2517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최근엔 내림세로 돌아서 7월 10일에는 9만9657원까지 떨어졌다. 한때 '금(金)겹살'이라 불렸던 삼겹살 가격도 내림세다. 지난달 중순 kg당 2만4500원 수준이던 가격이 지난 10일에는 2만2529원으로 내려앉았다.

5~6월 한우·삼겹살값 급등은 재난지원금 효과 때문이었다. 최근 정부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형태로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약 85% 이상 소진되면서, 한우 소비가 재난지원금 지급 이전 상태로 되돌아오는 중이다.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한우 소비는 한우 수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 전국 도축장에서 도축된 한우는 6만1568마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 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줄고 있다. 한우 도축은 요일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같은 목요일인 지난달 6월 11일과 지난 7월 9일을 비교하면, 12.8% 감소했다.

한우값 어떻게 될까

한우값은 2·3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당분간 내림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재난지원금 효과가 사라지면서 외식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작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우는 장기적으로 공급과잉 상태다. 한우 사육 마릿수가 올 5월 말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나 늘었다. 반면 고급인 한우 수요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작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이 소진된 이후엔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값이 내리더라도, 폭락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가 줄면 정부가 한우 도축 물량을 조절하면서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한우 소비도 일정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한우의 주요 고객인 고소득층의 소비는 줄어들 가능성이 작다"며 "오히려 해외여행 등을 가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고급 음식을 즐기려는 이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inout@chosun.com] [이송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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