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조철훈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에너지와 영양소가 필요하다. 우리가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거나 또는 신체조직을 성장, 유지 및 보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을 섭취하는 생리적인 현상에 반응해 사람이 특정 식품을 선택하는 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여기에는 식품 자체의 품질에 문화적 영향, 심리적, 사회적 요소, 학습이나 기억, 기대감, 구매 당시의 주변 상황 등 다양한 요소들이 우리의 식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육식을 포기하고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교적인 이유이거나, 동물에 대한 죄책감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선택한다. 채식주의의 기초에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채식주의자라는 주장과 현대 문명의 문화적 영향에 의해 우리 식단에 동물성 식품이 우세하게 되었다는 가정이 있다.
그러나, 육식은 우리 인류가 원래부터 추구해 오던 식생활 방식이다. 인류 역사 속에서 진화에 따른 인체 생리나 해부학적, 영양생화학적 분석의 결과를 보면 육식이 아니면 진화단계에서 인류는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 한 예로 인간의 몸과 장의 길이 비율은 약 8:1로 전형적인 육식동물의 3:1과 초식동물의 20:1과 다른 육식에 가까운 잡식성 성향을 나타내는데, 이는 소화가 용이하고 영양소가 풍부한 육식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하면서 진화, 적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인간의 뇌가 커지면서 늘어난 뇌 활동은 에너지가 낮은 식물성 식품만으로는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진화를 진행시킨 동력은 에너지가 집적된 고기를 포함한 동물성 식품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모두에게 필수적인 비타민 B12나 타우린(taurine)은 고등식물에 의해 합성되지 못한다. 초식동물은 스스로 이들을 합성하여 사용하나 육식동물이나 인간은 그 능력이 결핍되었거나 비효율적이어서 육식으로부터 섭취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인간은 비타민 C도 생합성하지 못하는데 식물의 잎이나 과일에는 동물성 식품보다 훨씬 풍부한 양의 비타민 C가 존재한다. 그래서, 비타민 C를 위해서는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매우 효율적이다. 이렇듯, 우리가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동물성과 식물성 식품을 폭넓고 다양한 방법으로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올바른 식생활일 것이다.
한동안 식육, 특히 쇠고기의 높은 지방함량이 심혈관 질환 위험성을 높인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연구 결과 팔미트산과 같은 포화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일 수 있으나 올레산은 단가불포화지방산으로 풍미와 기호성을 높이는 동시에 L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HDL-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장을 오히려 건강하게 하는 기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한우는 여러 소 품종 중 특히 고기에 올레산 함량이 높은 품종으로 전체 지방산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근내 지방함량이 늘어날수록 올레산 함량도 높아지게 된다. 한우 고기는 올레산 외에도 아미노산 역시 풍부해 씹을수록 고소한 감칠맛이 나는 등 풍미의 우수성이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식육은 필수아미노산, 필수지방산과 철분, 아연 등의 무기질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 영양학적으로 거의 완전한 식품이다. 단백질은 면역에 관여하는 림프조직이나 항체를 만들어 내는 등 면역력 증진에 필수적인 영양소이며, 아연은 백혈구 생성에 관여하면서 면역기능을 유지하게 하고, 소화흡수가 식물성보다 훨씬 우수한 식육의 철분은 산소공급과 면역체계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따라서, 사상 초유의 현재 COVID-19 상황과 이후에도 면역력을 높이는 등 감염성 질병의 예방을 위해서는 식육은 매우 중요한 식품으로 다른 여러 식품과 함께 골고루 꼭 섭취하여 건강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