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축사 깔개용 등으로 사용
퇴비로 제조돼 농지 환원
순환체계 갖추고 있는데도
환경공단에 처리량 등록 등
사용허가 까다로워 도마
애꿎은 범법자 양산 우려
“법·규정 현실과 거리” 개선 여론
폐기물관리법에서 사업장생활폐기물로 분류된 ‘왕겨’를 폐기물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담당 부처인 환경부는 왕겨에 대해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면 문제없다’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현장 실태를 전혀 알지 못하는 대책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농산물부산물인 왕겨는 축사 깔개용 등 유기성 재활용 자원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발생량이 89만톤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최근 쌀 생산량 감소로 왕겨 또한 발생이 줄면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왕겨는 주로 가금 등 축사 깔개용으로 사용된 후 퇴비로 다시 제조돼 농지에 환원되는 순환체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하루 평균 300kg 이상 배출되는 농산물부산물은 ‘사업장생활폐기물’로 분류돼 배출자는 물론 운송업자, 처리자 등이 각각 사전에 신고 후 다루도록 규정돼 있다. 특히 운송의 경우 ‘폐기물 운송’ 허가를 받은 업자만 운송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법령이 있지만 농업현장에서는 왕겨 등 농산물부산물이 ‘사업장생활폐기물’ 규정을 따라야 하는 품목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 이 때문에 왕겨 배출자인 RPC 등 도정공장은 물론 운송업자(중간업자), 축산·원예농가 등이 관행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전북의 모 축협이 폐기물관리법과 자원순환기본법을 따르지 않고 왕겨를 처리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불거진 것도 폐기물 운송 업자간 다툼으로 불거지면서 애꿎게 해당 축협에 막대한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환경부가 지자체 등에 ‘왕겨 및 쌀겨 관련 폐기물 여부 안내’라는 제목으로 문서를 전달했지만 현실을 모르는 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해당 문서에서 ‘왕겨와 쌀겨는 곡물 도정 부산물로 폐기물에 해당된다. 다만 발생단계부터 사료관리법에 따라 사료로 지정돼 관리되는 경우 폐기물관리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사업장폐기물 배출자(미곡처리장)가 유역·지방환경청에 신청해 왕겨를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른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면 폐기물에서 제외된다.’ 등으로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농업계 관계자들은 “법과 규정이 현실과 크게 괴리돼 있다”고 하소연한다. 자칫 왕겨를 배출하고 사용하는 관계자들이 모두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현행 온라인 방식의 행정처리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환경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려면 배출자, 운송자, 처리자 등이 매일매일 처리량을 폐기물 적법처리 시스템인 ‘올바로’에 등록하고 관리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일선 미곡처리장 관계자는 “배출자인 미곡처리장이 순환자원으로 등록하더라도 배출 이후 단계에서 등록 관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처리자 대부분이 영세한 고령의 축산농가들인데 온라인 행정을 처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처리업 허가 실태에 대한 지적과 함께 폐기물에서 농산부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모 관계자는 “폐기물운송 허가 받기가 매우 까다롭고 힘들뿐더러 처리업자 신규 허가도 이른바 총량제에 묶여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환경부가 왕겨에 대해 폐기물관리법에서 예외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는 제도들이 현장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다. 왕겨 등 농산물부산을 폐기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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