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문제로 고용 더 어려워져
농촌 실정 반영한 대책 내놔야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시설 기준 강화에 따른 농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촌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가 농가의 영농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적 부담과 함께 일손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말 농장 숙소에서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례를 계기로 올해부터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를 불허한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방침이다. 농가의 반발이 거세지자 고용부는 숙소 개선을 전제로 6개월간의 이행기간을 부여하고, 숙소를 신축할 경우 1년까지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영농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숙소를 새로 짓거나 주거시설을 빌릴 경우 경제적 부담이 매우 커 농사규모를 줄이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농장주가 적지 않다. 근로자들이 영농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태풍이나 폭설 등의 긴급상황 발생에 따른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현장과 거리가 먼 숙소를 기피한다. 출퇴근이 불편할뿐더러 임차시설에 거주하면 관리비·전기요금 등을 직접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시설농가들은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시설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식 주택은 아니지만 주방과 화장실·냉난방 및 소방시설 등 필수생활시설을 갖춘 만큼 점검은 강화하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임시 숙소를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축산업계는 축사의 부속시설인 관리사를 숙소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설건축물이 아닌 적법건물로서 축사 관리사는 대부분 주방·욕실·침실 등을 갖추고 있다. 농장에 설치됐지만 주거시설 기준을 충족할 뿐 아니라 농장주들도 24시간 가축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관리사를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건축물대장엔 주거시설로 표기하지 못해 숙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가 16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외국인 근로자 숙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건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안전한 근로·주거 환경을 제공하려는 취지엔 농민들도 공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국마저 2년째 가로막혔다. 농촌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기는커녕 규제만 늘린다는 푸념이 들려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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