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수 반토막 불구 대형화 추세…‘규모의 덫’, 한우산업 근간 약화 우려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번식기반 크게 위축…송아지 수급 불균형 심화
번식-비육농가 ‘공생’…각자의 경쟁력 키워야
한우사육농가 수가 10년 새에 반 토막이 났다.
통계청의 가축사육통계에 따르면 한우사육농가수는 2010년 12월 기준 16만6천225호에서 2020년 12월 기준 8만8천879호로 감소했다.
사육농가의 감소세는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매년 많게는 한해에 2만3천 농가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표 참고>
한미 FTA체결로 인한 쇠고기 수입량 급증과 사육두수 증가로 인한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가격 급락 상황이 발생됐고, 이로 인해 경영난에 빠진 농가들은 폐업을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가격이 폭락하고 농가의 도산이 이어지자 더 이상 문제가 커지는 것을 우려한 정부는 선제적 수급조절을 위해 한우농가에 폐업장려금을 지원하면서 농가에게 한우사육을 포기토록 유도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10만호 이상을 유지하던 한우농가수의 벽이 무너진 것도 이때다. 2014년 12월 기준 한우사육농가는 9만9천285호로 나타난다. 한우사육농가 집계이후 최초로 10만호의 벽이 무너진 것이다.
이후 9만호 아래로 내려간 것은 불과 1년만으로 2015년 12월에는 8만9천403호로 떨어진다.
주목되는 것은 10년 가까이 감소세를 이어나가던 한우농가 사유호수가 13%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그간 조사방법이 표본조사에서 소 이력제 자료로 기준이 바뀌면서 발생한 차이인 것으로 보인다. 2017년 6월 전분기 8만4천호까지 내려갔던 한우사육농가수가 9만5천823호로 껑충 뛰어올랐다. 같은 때 사육두수 또한 갑자기 251만519두에서 288만2천256두로 14.8%가 늘어났다.
기준이 변경된 후에도 사육농가의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매년 1천 농가 정도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우사육의 사상 유례 없는 호황기로 여겨지는 2020년에도 한우사육농가수는 감소했다. 농가수의 감소와는 반대로 전체 사육두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농가수가 16만명을 넘었던 2010년 12월 기준 전체사육두수는 276만1천576두였다. 호당 평균사육두수는 16.6두였다. 농가수가 절반으로 감소한 2020년 12월 기준 전체사육두수는 319만9천612두로 나타났고, 호당 평균 사육두수는 36두 2배 이상 늘었다.
농장의 규모는 커졌고, 농가수는 감소한 셈이다. 기준이 변경됐다 하더라도 이 같은 추세를 읽는 것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올해다.
한우사육두수가 역대급 수준으로 올라간 상황에서 도축두수 증가로 인한 공급량 과잉이 가격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 된다면 과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했던 한우농가의 급격한 감소가 재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 한우사육농가수를 살펴보면 2012년 3월 13만6천529호였던 것이 불과 4년만인 2015년 12월에는 8만9천573호로 감소했다. 실제 10년간 사육농가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4년간의 변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또한, 이때 당시 수 많은 소규모 번식농가가 폐업을 선택하면서 국내 한우산업의 송아지 공급체계 역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당시 한우농장은 소규모인 번식농가에서 송아지를 구매해 비육만을 전문으로 하던 대규모의 비육농장들로 양분되는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번식농가의 폐업으로 인해 비육농장에서는 직접 송아지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한 전문가는 “번식농가의 수익성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비육농가의 수익성이 좋은 구조를 장기간 이어나가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착취의 구조였다. 최근 들어 번식우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송아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이다. 한우산업에 있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생의 길을 찾는 것”이라며 “한우농가 모두가 각자의 개성과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규모를 늘려 나갈 생각만 하게 된다면 한우는 더 깊은 규모의 늪에 빠지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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