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이 없는 우리 소

by 한우사랑 posted May 3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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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 아침에 만나는 시] 윤희상 '소를 웃긴 꽃' 


소를 웃긴 꽃


윤희상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 시집 '소를 웃긴 꽃'(문학동네) 중에서


꽃이 소를 들어 올리다니 동화 같은 상상력인가 싶은데 가만, 저것은 실제가 아닌가? 들판에 풀(꽃)이 있는 한 소는 결코 맨 땅을 밟을 수 없다. 납작 엎드리긴 했어도 풀이 온몸으로 들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먹이사슬에서 생산자인 풀은 1차 소비자인 소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뿔이 된다. 소가 풀을 밟고 선 저 단단한 네 굽도 실은 풀로 된 것이다. 풀이 없다면 저 큰 짐승도 맥없이 쿵 쓰러질 것이다. 소뿐이랴,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는 인간도 살아서 울거나 웃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풀잎에 매달린 한 마리 풀여치다. 저 철부지 웃는 소도 그걸 알긴 알 것이다.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