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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소 월령제한 무관” 굴욕협상 징후 곳곳에

ㆍ예상 훨씬 뛰어넘는 내용 농식품부도 술렁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전후 과정을 보면 양국간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일사천리로 협상이 진행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수를 차지한 뒤 전격적으로 협상이 개시됐고,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선에서 협상이 졸속으로 타결됐다.

특히 이태식 주미대사가 쇠고기 협상 개시 11일 전인 지난 3월31일 미국 네브래스카 등 축산업이 발달한 3개주를 방문해 “미국산 쇠고기 개방의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밝힌 것은 쇠고기 협상이 정해진 각본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협상과정에서 청와대와 통상부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목표로 협상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 총선 뒤 쇠고기 협상 전격 돌입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4월9일 총선 전까지는 정치 쟁점화를 우려, 정부 측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만 나오면 한결같이 입을 다물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물밑은 해양수산부 출신들이 잘 안다”며 웃어 넘겼고, 협상 실무자들도 “미국에서 아직 연락이 없다”는 앵무새 답변만 반복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고 하루 뒤인 지난 4월10일 농식품부가 이튿날부터 쇠고기 협상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대통령 방미 선물용으로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이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총선 직후 미국이 협상을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협상 실무를 책임진 축산정책단이 당시 확산되기 시작한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업무를 겸하는 등 협상날짜를 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했다.

그러나 아무런 일정조정이나 사전협의 없이 쇠고기 협상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협상 시작 전 미국측 협상단 일부는 이미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었고,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농식품부의 장관을 포함한 몇몇 고위 관계자들 간에는 이미 회담날짜가 정해져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지난 2월25일 이 대통령 취임식 때 앤디 그로세타 미국 축산육우협회 회장이 참석했고, 미국 특사단과 우리 정부 간에 이미 쇠고기 협상의 윤곽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취임식에 온 미국 특사단과 한국 정부 관료들 사이에 쇠고기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 8일 만에 협상 타결 = 지난해 10월 이후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협상은 6개월 만에 재개됐지만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당시 우리 정부가 굴욕적인 수준에서 협상을 타결지을 것이란 징조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들은 “30개월 미만이라는 월령제한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란 말을 공공연히 하기도 했다. 결국 협상 8일 만인 지난 4월18일 오후 6시 한·미 양국은 쇠고기 협상타결을 공식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 도착하기 11시간 전이었다.

협상기간 중 미국을 방문 중이었던 이 대통령은 “장기간 끌어온 쇠고기 수입 분쟁을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우리측 협상단에 힘을 보탰고, 미국 정부도 “이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쇠고기 수입금지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 양측에 사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는 관측을 뒷받침했다. 쇠고기 협상결과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우리 정부가 대폭 양보한 것으로 나타나자 농식품부의 일부 간부들은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졸속협상의 후폭풍 = 졸속협상에 따른 후유증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됐고,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나와도 해당 로트(같은 공정에서 생산된 제품)만 전량 반송·폐기하는데 그치도록 하는 등 독소조항들이 즐비했다. 우리측 협상단은 쇠고기 협상타결 직후 “미국은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미국 측이 공포한 동물성 사료금지조치 내용은 2005년 입법예고안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 전문가는 “‘30개월 미만 살코기’란 수입위생조건을 운용하면서 우리 측이 뼛조각만 검출되어도 전량반송 조치하자 미국의 불만이 상당히 고조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검역당국에 대한 이 같은 미국의 불만이 주고받기식 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관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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