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한 마리 키우면 100만원 밑져

가격하락.비용증가..산란계도 7천원 손해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사료.면세유 가격 폭등에 가축 가격 하락까지 겹쳐 현재 축산 농가들이 사실상 가축을 기르면 기를수록 손해를 보는 '마이너스 소득' 상태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닐하우스 등을 이용한 시설원예농가 소득 역시 작년의 약 절반 수준까지 급감하고, 쌀 농가의 경영비 추가 부담도 1천2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11일 농협경제연구소의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농업' 보고서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고기용 소를 키우는 농가는 마리당(600㎏ 수소) 97만7천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이는 작년 평균 소득인 145만9천원과 비교해 약 244만원 줄어든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따른 소 값 하락 등으로 수입이 작년 평균 555만8천원에서 343만8천원으로 38% 감소한데다, 배합사료 가격 인상 등으로 경영비가 같은 기간 408만원에서 439만7천원으로 7.8% 늘었기 때문이다.


달걀을 얻기 위해 닭을 키우는 산란계 농장도 마리당 7천원을 밑지고 있다. 수입은 2만1천원으로 작년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경영비만 2만2천원에서 2만7천원으로 23% 뛰었다.


더구나 앞으로 배합사료 가격이 10% 더 오를 경우, 소 및 산란계 농가의 손실액은 각각 116만2천원, 9천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돼지 농가의 경우 아직 마리당(100㎏) 9만원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경영비가 19만원에서 22만8천원으로 20% 늘었지만 수입 증가폭이 30%(24만6천원→ 31만9천원)로 더 크기 때문이다.


광우병파동과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등의 반사이익으로 돼지 값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경영비 부담 증가를 상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봄.여름 돼지고기 성수기가 끝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까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돼지농가의 수익성도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AI 및 광우병 파동에 앞서 지난 3월 중순 기준으로는 이미 양돈농가 역시 마리당 1만6천원 정도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 시설채소 소득 11~47% 급감
기름 소비가 많은 시설원예 농가의 소득도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7월 1일 현재 농업용 면세유(경유) 가격은 ℓ당 1천267원으로 지난해 583원의 배를 웃돌고 있다.


이 유가 수준이 연말까지 유지될 경우, 단위면적 10a당 시설채소의 경영비는 품목에 따라 작년보다 14.3~48.2% 늘고, 이에 따른 소득 감소율은 ▲ 고추 46.9% ▲ 오이 38.5% ▲ 토마토 33.9% ▲ 호박 36.8% ▲ 딸기 11.3%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만약 국제 유가(두바이유)가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어 150달러까지 치솟으면, 면세유 가격도 1천444원으로 뛰고, 시설채소의 품목별 소득 감소율은 45~58%까지 높아지게 된다.


쌀 농사 역시 농기계 사용료, 비료값 등 경영비 부담으로 힘겨운 상황이다. 비료 가격은 작년 12월과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24%, 63%씩 인상됐고, 면세유 인상으로 1ha 농사에 투입되는 유류비도 지난해 10만9천원에서 올해 상반기 16만원으로 47% 뛰었다.


정부와 농협의 지원으로 비료가격 인상분의 30%만 농가가 직접 부담한다해도, 올해 전체 쌀 농가의 유류 및 비료 관련 경영비 추가 지출 규모는 1천270억원, 우리나라 쌀 생산액(2006년 8조4천57억원)의 약 1.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이같은 농가 소득 감소의 대책으로 ▲ 해외 사료자원 개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제 도입 ▲ 배합사료 원료곡물 비축제도 및 구입처 다변화 ▲ 청보리 등 국내 사료곡물 재배 확대 ▲ 농업진흥지역내 논에 대한 쌀소득보전(직불제) 비율 85%→100% 상향 ▲ 전기온풍기 등 보조 난방장치 시설농가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