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유통업계, 초특가 마케팅 '뜨거운 열풍'
극심한 소비침체에 '생필품 최저가' 등 각종 마케팅 활발


'요일별 팬티 5종 세트 100원, 1등급 한우 국거리(100g) 1,490원, 최고급 원두를 사용한 에스프레소 한잔 1,200원, 여성 외투 2만원….'


이 가격에 팔아도 남을까? 의아하지만 이렇게라도 팔지않으면 돈 구경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극심한 소비 침체가 유통업계의 돈줄을 죄는 가운데 초저가, 공짜마케팅 바람이 뜨겁다.


이보다 쌀 수는 없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은 19일까지 라면, 샴푸, 김치, 생수, 기저귀 등 20종의 주요 생필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생필품 최저가 사수' 이벤트를 연다. 각 상품별 최저 1,000~1만개의 재고물량을 최대 76% 할인 가격에 판매한다. 요일별 팬티 5종 세트가 단돈 100원, 신라면 1박스(20개들이)는 8,900원, 팬틴 미쟝센 등 브랜드 샴푸 200㎖ 8개 묶음이 개당 800원 꼴인 5,900원이다.


롯데마트는 한우를 삼겹살 가격에 내놓는다. 6~12일 롯데카드로 결재하면 1등급 한우 국거리(100g) 100톤 분량을 정상가보다 50% 저렴한 1,490원에 판매한다. 품질이 한단계 낮은 호주산 고급육 국거리가 2,080원, 브랜드 삼겹살이 1,480원인 것과 비교하면 사상 최저가 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샤또 조르디(750㎖), '샤또 그라브 데 리롱(750㎖)', '벨레도라도 메를로(375㎖)' 등 10여개 와인은 1,000원에 판다. 또 이탈리아산 고급 원두커피 전문점 '일리'는 연말까지 4,000원짜리 고급 에스프레소를 1,200원에 제공한다.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을 판다


이마트는 6~12일 개점 15주년 행사 일환으로 '전국 15대 유명장터 산지 직송전'을 펼치며 추억 마케팅을 벌인다. 뻥튀기 등 어린시절 지역 장터에서 먹던 먹거리로 소비자 감성에 호소하려는 전략이다. 진주장 공주장 등 전국 15대 유명장터 특산물을 최고 50% 싸게 판매하며, 품바 공연팀을 초청해 매장에서 시간대별 공연을 펼친다. 또 엿장수 복장을 한 직원이 매장을 돌며 엿을 팔거나 1970~80년대 교복차림 직원이 지방 장터 음식을 판매해 쇼핑객을 끌어들인다.


세이브존 노원점은 11일까지 겨울 외투류를 10년 전 가격으로 제공하는 '고통분담 프로젝트-10년 전 가격으로' 행사를 진행 중이다. 올리비아로렌, 피에르가르뎅, 체이스컬트, 클라이드 등 유명브랜드 외투가 2만원에 판매되며, 파크랜드, 빌트모아 등 신사정장은 9만원에 선보인다.


공짜라면 더 좋다


공짜 마케팅도 활발하다. 수만명이 참가해도 기껏 한두 명에게 돌아가는 고가의 경품 대신, 저가 상품이라도 다수의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으론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신세계 포인트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신세계 닷컴에 응모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3,000원 이상의 신상품을 무료로 주고 있다. 당첨률이 50%에 육박해 불경기에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행사 초기인 4월 5만명 선이던 참가자가 지난달엔 10만여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19일까지 전국 이마트 매장서 열리는 6번째 행사에선 아모레퍼시픽의 '한율 한방화장품'과 '려 한방샴푸' 등을 2만8,000명의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다양한 불황 마케팅은 고객을 유인하는 미끼 수준에서 벗어나 실제 수익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옥션 관계자는 "불황기엔 같은 상품이라도 싼 곳을 찾아 헤매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최저가격이라는 점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이 매출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실제 옥션 초특가 코너의 경우 월 매출 신장세가 15%에 달한다. 신세계 포인트팀 김예철 팀장은 "예전엔 마진 깎는다고 싫어하던 초저가나 공짜 마케팅의 효과를 인정하고 참여문의를 하는 제조업체가 많다"고 귀띔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