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내년 3월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문제 없나
측정 결과 신뢰도 제고 등 여건조성 우선돼야
<上>측정기 정확도 문제 어떻게
<下>‘퇴비 전문 유통센터’ 등 정부 대책은
발아종자법 활용한
부숙도 측정 결과와 비교시
각기 다른 결과 나타나는 등
분석 정확도 현저히 떨어져
일반 항목까지 일괄 검사 가능한
분석 기관 부족해
노력·비용 2중으로 들어
내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는 퇴비 부숙도 검사 적용 확대를 두고 측정 방법의 개선과 결과의 신뢰성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퇴비 부숙도 측정 결과, 믿을 수 있나
환경부의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모든 농가는 6개월 또는 1년에 한 번 분석시험기관에 ‘콤백(CoMMe-100)’과 ‘솔비타(Solvita)’를 활용한 퇴비 부숙도 측정을 의뢰해야 한다. 콤백과 솔비타는 각각 국내와 미국의 특정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부숙도 측정기의 명칭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두 측정기의 정확도 문제를 제기하는 지적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퇴비 부숙도 측정방법 중 하나인 발아종자법을 활용한 부숙도 측정 결과와 비교했을 때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나는 등 분석의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강원도 농업기술원의 자료에서 발아종자법과 비교한 콤백의 분석 적합도는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솔비타의 분석 적합도도 66% 수준으로 나타났다. 약 5년 전의 실험결과이긴 하지만 콤백과 솔비타에 따른 부숙도 측정 결과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같은 시기, 한 공간에서 부숙된 동일 시료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최근 한 지방 국립대학교가 비공개 조사한 한 연구 보고서에서는 같은 곳에서 채취한 동일 시료의 부숙도를 콤백을 활용해 두 차례에 걸쳐 분석한 결과에서 각기 다른 결과가 나타났음이 드러났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1차 검사에서 부숙 중기, 2차에서는 부숙 완료의 결과가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콤백이나 솔비타로 측정 후에도 냄새 등에서 부숙 정도에 의심이 들면 종자발아법을 통해 검증하도록 돼 있다”며 “차후에라도 공식적으로 두 측정기의 신뢰도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 환경부에 관련 내용의 보완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숙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부숙도 적용을 추진한다면 다수의 농가가 피해 아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희권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는 지난달 한 심포지엄에서 “현재의 콤백과 솔비타 분석법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정확도도 낮은 특정 회사 제품을 지정해 1년에 1~2회 검사를 시행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숙도 의무화 여건 조성이 우선돼야
현재 농촌진흥청의 농사로(nongsaro.go.kr)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국내 부숙도 시험연구기관은 총 46곳이다. 그러나 실제로 인력과 장비를 갖춰 분석이 가능한 곳은 20곳이 채 안된다.
이렇게 부숙도 분석기관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지만 부숙도와 다른 검사항목을 한꺼번에 검사할 수 없어 2중의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 3월 25일부터는 농가에서 만든 가축분 퇴비도 부숙도 기준뿐만 아니라 함수율(수분함량)과 구리, 아연, 염분 함량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전국한우협회 한 관계자는 “긴급 추경 등을 통해 농업기술센터에 콤백, 솔비타 등 부숙도 측정기를 비치하더라도 함수율, 염분 등 일반 항목까지 일괄 검사 가능한 분석 기관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농업기술센터에서 이 두 가지 검사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체계를 완벽히 갖추고 부숙도 검사 등을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농수축산신문 이문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