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에 따라 8개월여 뒤인 내년 3월25일부터 ‘퇴비 부숙도 검사’가 의무화된다. 하지만 소규모 축산농가들은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 상당수가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본지 7월5일자 8면 보도).
본지는 올 3월 퇴비 부숙도 검사 기관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고 검사설비의 확충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사정을 살펴보니 검사시설 부족도 문제지만 농가 피해 가능성도 큰 상태였다.
퇴비 부숙도 기준을 위반하거나 퇴액비 관리대장을 작성하지 않은 농가는 규모와 적발횟수에 따라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퇴비 부숙도 검사는 전업화된 양돈·양계농가보다는 소규모 한우농가가 문제인데, 통계청의 1분기 가축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우농가 중 사육마릿수 50마리 미만이 전체의 약 82%(7만8500농가)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우려되는 이유는 농가현실과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부숙도 검사에 대비하려면 막대한 자금투자가 이뤄져야 해 안 그래도 어려운 농가들을 경영난에 빠뜨릴 수 있어서다. 한 예로 분뇨를 퍼내는 장비인 스키드로더는 한대에 4000만~5000만원이다. 또 대부분 농가는 부숙을 위한 퇴비사가 따로 없어 새로 짓거나 사육마릿수를 줄여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퇴비 부숙도 관리에 필수적인 섞는(교반) 작업은 평균 연령이 70대 안팎인 고령농가들이 쉽게 하기 어렵다. 공동자원화시설이나 지역축협이 작업을 대신 해주는 방안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소규모 한우농가는 부업농에서 출발해 농지 중 남는 부지에 축사를 지어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공간이 협소하거나 지대가 높아 작업할 때 노동력과 시간이 배로 들기 때문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한우 번식농가가 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들이 사육을 접으면 한우산업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만큼 제도 시행 연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소규모 한우농가를 위한 대책 마련은커녕 실태조사조차 한 적이 없다. 최근 들어 실태점검 의사를 보였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제라도 농가와 정책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에 맞는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