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쇠고기 수입량 사상 최대 기록…농가 ‘불안’
처음으로 20만t 넘어
미국산 등 관세율 인하한 탓
소비자 인식 변화 영향도
한우산업 살릴 대책 필요
올 상반기 쇠고기 수입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연말이면 연간 사상 최대 수입량을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쇠고기 자급률이 2018년의 36%보다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 6월까지 쇠고기 수입량은 20만9700여t으로 사상 처음 20만t을 넘었다. 상반기 수입량이 가장 많았던 2018년 같은 기간보다 약 9.7%(1만8600여t) 늘어난 것이다.
냉장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나 냉동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육은 4만1700여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1820t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냉동육은 16만8000여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만t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산이 11만2800여t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호주산 8만2200여t, 뉴질랜드산 7700여t, 캐나다산 3300여t, 멕시코산 2700여t, 우루과이산 590t, 칠레산 198t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수입이 증가할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명절·연말연시 특수로 하반기 수입량이 상반기보다 10~20% 늘어나 45만t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수입량이 늘어난 데는 관세율 인하 영향이 크다. 전체 수입량에서 미국산은 약 54%, 호주산은 약 40%를 차지하는데 이 국가들의 관세율이 계속해서 내려갔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산은 21.3%에서 18.6%, 호주산은 26.6%에서 23.9%로 각각 인하됐다.
이에 발맞춰 상반기 수입량도 전년 대비 각각 미국산 11.6%(1만1699t), 호주산 9.56%(7172t) 증가했다. 미국산은 2026년, 호주산은 2028년 관세가 완전 철폐된다. 또 5월3일 ‘네덜란드·덴마크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제정·고시되며 이들 국가의 쇠고기도 수입을 앞두고 있어 한우농가들은 설상가상의 위기에 봉착했다.
물론 쇠고기 수입 증가엔 외국산에 관대해진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한몫한다. 최근 인기를 끄는 가정간편식(HMR)시장이나 길거리 푸드트럭에서도 외국산을 주로 쓰고 있다. 소비자인 이모씨(27·서울 마포구)는 “예전엔 외국산하면 찜찜했는데 요샌 너무 흔해 아무런 생각이 안 든다”며 “가격도 싸고 맛도 나쁘지 않아 즐겨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가들은 정부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바라고 있다. 경북 경주에서 한우를 키우는 한 농민은 “생산비 절감, 가격경쟁력 제고 등 뻔한 이야기 말고 한우산업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한 때”라며 “송아지 생산안정제 발동요건 완화 등 최소한의 한우산업 보호정책만이라도 서둘러 시행해달라”고 호소했다.
농민신문 박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