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정책 혼선 방지 위해 축산정책 실명제 도입하자
우리나라 축산업은 지난 28년간 생산액 기준으로 591% 성장했다. 농업생산액 중 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2%이며, 품목별 생산액 상위 10개 품목에 한우·돼지·닭·우유·달걀 등 5개가 포함돼 있다.
또한 전후방 연관산업 규모는 60조2000억원에 달하고 고용유발 효과도 56만5000명에 이른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경지 1㎢당 소·돼지 사육마릿수는 792마리로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요즘 대한민국 축산업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무허가축사(미허가축사) 적법화, 안티축산 확산 등이 축산농가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환경부는 축산분뇨와 화학비료의 농경지 살포량이 많아 수질이 오염된다며 퇴비 부숙도 검사 등으로 축산업을 계속 압박 중이다.
9월27일까지 완료해야 하는 무허가축사 적법화는 특히 큰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무허가축사 적법화에 대해 추가 연장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6월말 기준 무허가축사 적법화 완료농가는 30.6%인데, 정부는 9월27일까지 90% 이상의 농가가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진행 중인 농가들에겐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무허가축사 적법화율 제고와 축산업발전을 위해 몇가지 방법을 제안코자 한다.
먼저 축산농가는 남은 기간 동안 적법화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축산업은 허가를 받아야 해 신규 진입이 어려운 시대가 된 만큼 무허가축사 적법화가 완료되면 축사 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 적법화를 통해 법 앞에 주눅이 들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당당한 축산농가가 됐으면 한다.
축산당국도 적법화가 완료될 때까지 농가 애로사항 해결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농식품부가 보기 드문 적극적인 행정으로 축산농가들에게 힘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올해는 농식품부가 환경부 정책을 뒤따라가는 관행에서 벗어나 축산현장에 맞는 법령을 먼저 입법하고 시행해, 환경부의 축산 개입을 최소화하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한편 현재 축산농가들 사이엔 환경오염 방지라는 가축분뇨법 제정 목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준수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환경오염 방지와 별건인 건축법·농지법·소방법 등의 규정은 가축분뇨법에서 분리해야 축산농가가 숨을 쉴 수 있으므로 환경부는 가축분뇨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축산정책 실명제 도입을 건의한다. 정책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무허가축사 적법화, 퇴비 부숙도 검사 등 징벌적 성격의 축산환경 정책을 현장과 소통 없이 강행하고 축산단체는 이에 총력 반대하는 악순환이 계속됨으로써, 정책이 수년간 지연되는 혼선이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한 당국의 국장·과장·담당자, 축산단체 임원·담당자 명단을 정부와 축산단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기록으로 남겨 뒷날 성패를 평가한다면 정책 혼선 감소는 물론 책임행정이 실현될 것이다.
계재철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