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레오의 식재탐험] 육식 권하는 빛깔
강레오의 식재탐험 (10)한우고기
60개월령 한우 암소 출하 고집하는 농가 방문…숙성과정 제대로 거쳐
고기에 윤기 흐르고 붉은빛 선명
쇠고기맛 결정하는 요인 다양 등급보단 내 입맛 맞는 고기 ‘최고’
우리가 즐겨 먹는 쇠고기는 일반적으로 한우·육우·젖소로 분류된다. 젖소는 말 그대로 우유를 생산하는 소다. 그 젖소의 수컷을 거세해 식용으로 비육시키는 소가 육우다. 육우는 식용목적으로 단기간에 비육시키므로 한우보다 육질은 부드럽지만 다소 싱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시중에서 ‘국내산 쇠고기’라고 표기해 판매하는 것은 거의 육우라고 보면 된다. 젖소는 나이가 많아서 더이상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 도축·가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육질이 질겨서 주로 연육 시켜 양념육으로 먹거나 수프 등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한우는 다들 알다시피 우리 땅에서 키운 우리 소다.
이번에 찾아간 농가는 명품 한우 암소 사육만 고집하는 충남 천안의 우림축산이다. 정태현 대표는 20년 넘는 세월 동안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부다.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축사를 안내하며 정 대표는 명품 암소 출하의 비결을 ‘암소의 나이’라고 단언했다. 사료를 뭘 먹이는지, 축사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암소고기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개월수에 있다는 것이다.
“저희는 60개월 된 암소 출하를 고집해요. 나이가 어리고 출산경험이 적을수록 육질이 부드럽고 맛 좋은 고기를 얻을 수 있거든요.”
실제로 축산농가들은 나이가 많고 새끼를 너무 많이 낳은 암소는 육질이 질기고 뼈 국물도 잘 나오지 않아 품질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출산경험이 2~4번인 암소를 비육해서 고기소로 출하하는 것이 가장 적당한데, 그 나이가 60개월 정도다. 고기의 품질을 최고로 유지하기 위해 도축도 일반 유통업자에게 맡기지 않는다. 직접 암소를 싣고 도축장에 가서 도축과정을 꼼꼼히 살피고 정육까지 한 뒤 한우고기로 판매한다. 이런 노력 끝에 명품 암소고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정 대표의 설명을 듣고 나니 명품 암소고기의 맛이 더 궁금했다. 정 대표는 도축 후 한달가량 숙성시킨 암소고기를 들고나왔다. 한우 고유의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도축 후 숙성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하는데, 암소의 경우 20~40일이 적당하다.
잘 숙성된 암소고기는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고 선명한 붉은빛을 띠었다. 날것 그대로도 침이 넘어갈 만큼 맛있어 보였다. 고기 잡내가 전혀 없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 좋은 고기로 어떤 요리를 만들어야 할까 잠깐 고민했다. 한우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요리 레시피가 머릿속을 지나갔지만 이토록 신선한 암소고기 본연의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레어(Rare·덜 익은)’로 구운 스테이크만 한 것이 없을 터였다. 축사에 깔아주느라 사방에 널린 짚을 가져다가 불을 피운 뒤 석쇠에 암소고기를 올렸다. 고열의 짚불에 고기의 표면이 빠르게 익으면서 육즙이 고기 내부로 스며들었고 은은한 짚불향까지 입혀져서 최고의 스테이크가 완성됐다.
암소고기는 높은 등급을 찾는 것보다 적정 개월수의 소를 잘 숙성시킨 것을 선택하는 게 더 현명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소고기를 구입할 때는 개월수를 확인하는 것이 요령이다. 요리사로서 “어떤 종류의 쇠고기가, 또는 어떤 등급이 가장 맛있는 고기다”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렇게 종류와 개월수·숙성과정 등에 따라 쇠고기맛은 천차만별인 데다 개인의 취향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쇠고기가 나에게 맞는지, 본인의 기호를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다른 쇠고기 부위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쇠고기를 요리하는 즐거움도 사람들이 느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쇠고기를 먹는 즐거움이 더욱 커질 것이다.
농민신문 기획 연재 강레오의 식재탐험
https://www.nongmin.com/plan/PLN/SRS/313767/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