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풀린 송아지 가격 안정화, 근본대책 세워야
천정부지 산지송아지 가격 올 초부터 지속
소규모 번식농가 부족현상이 주 원인 분석
육성우 목장 조성…밑소 생산 기지화 대응
송아지생산·비육경영안정제도 대안 기대
명절 이후에도 산지 송아지가격의 상승세가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던 송아지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한우생산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여름 전에는 가격이 낮아지면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같은 예상이 빗나갔다. 일반적인 패턴이라면 4월까지 상승 이후 가격이 낮아져야 하지만 산지 송아지가격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14일 현재 한우송아지 산지평균가격은 숫송아지가 406만7천원, 암송아지가 328만8천원으로 집계됐다. 근본적으로 소규모 번식농가들이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우송아지의 공급기지 역할을 해주었던 소규모 번식농가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감소했다. 경종혼합 형태였던 번식농가들은 한우 전업형태로 규모를 늘리거나 아예 소 사육을 포기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그 동안 한우송아지를 생산해 공급하던 이들이 사라지면서 송아지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규모화 된 농가들은 비육중심에서 일부 번식우를 사육하는 비육중심 일관사육의 형태를 선호하고 있다.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비육우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자체에서 우량 암소를 선발해 농장의 경쟁력을 갖추는 형태다. 결국 이런 형태의 농장들은 지속적으로 외부에서 송아지를 구입해 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생산현장에 있는 한우농가들은 송아지공급량이 부족해 발생되는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한우농가는 “송아지가 필요한 농가는 많고, 공급하는 농가는 부족하다. 소규모 번식농가가 사라지면서 가축시장에 나오는 송아지들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자질 또한 예전보다 못한 것들이 많다”며 “송아지가 필요해 구매를 하기는 하지만 지금의 가격으로는 수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아지 구입 후 2년간의 비육기간을 거친 다음 출하한다고 보면 송아지 구입농가로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을 수 없다.
또 다른 한우농가는 “소가 사육 중에 사고가 생길 수도 있고, 등급 또한 꼭 잘 받으라는 보장이 없는데 500만원 가까운 돈을 들여 송아지를 산다는 것이 어찌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그리고, 2년 후에 시세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것도 농가들이 불안한 이유 중 하나”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결방법으로는 한우육성우 목장 운영, 소규모 번식농가 육성 대책 마련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한우 육성우 목장은 송아지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목장을 만들어 지역 한우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송아지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육성우 목장은 한우농가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돼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곳에서는 철저한 계획교배를 통한 육종이 이뤄지고, 이렇게 생산된 송아지들이 농가에 적절한 가격에 공급된다면 한우산업의 경쟁력은 지금보다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장이라는 점을 감안해 운영주체나 운영방법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번식농가들을 육성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충남의 한 한우농가는 “가축사육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서 소규모 부업형태로는 더 이상 소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우사육농가수도 10만 아래로 내려 간지 오래다. 송아지생산안정제를 개선해 소규모 농가들이 다시 생겨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공공처리 시설을 늘려 이들 농가들이 분뇨처리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한우를 사육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우협회 관계자는 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우농가경영안정제도(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 비육우경영안정제 도입)가 이 문제의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가들이 걱정하는 것은 가격 폭락이다. 안정적인 사육두수를 유지하면서 가격 또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된다면 농가가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며 “비육우경영안정제는 제도의 발동이 아닌 안정 유지를 위한 수단이다. 비육농가가 안정적으로 송아지를 구입해야 송아지 시세 또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번식농가들 또한 안정적으로 소를 기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