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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돼지 열병 위기에 개도국 지위 탈퇴 논란 겹쳐
개편 논의만 수년째... 칼자루 쥔 정부 '묵묵부답'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발생과 최근 야생 조류 분변에서의 AI 항원 검출 등 가축 질병 발생 확산 우려와 함께
최근 개도국 지위 탈퇴를 둘러싼 농업계 반발이 더욱 거세지면서 한우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정책
현안들이 묻히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한우 마릿수는 올해 들어 3백만두를 넘어선 가운데 가격 고공세가 지속되면서 '호황 속의 불안'을 걱정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우농가의 경영 안정 지원 대책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한우협회가 농정활동의 핵심을 송아지 생산안정제 개편과 비육우 가격 안정제도 도입으로 정하고 제도
도입의 현실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상황인 가운데 무허가 축사 적법화와 퇴비 부숙도 문제 여기에
가축질병 발병과 현안들이 겹치면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당초 농림축산식품부는 TF 운영 등을 통해 올 하반기 '송아지 생산 안정제 개편' 내용을 담은 중장기 한우산업종합발전대책 등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ASF 발병 확산 위기 속에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개편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업계 내부에선 수년째 연구와 논의 등을 거듭해온 한우업계의 오랜 숙원 과제인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안이 올해를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효성 논란 '송아지안정제' 무엇이 문제 길래
2012년 2월 정부는 사육두수가 과잉되어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송아지생산안정제도가 발동되어 번식기반이 과잉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가임 암소 두수에 따라 보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보전금을 종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고, 기준이 되는 송아지 월령도 종전 4~5개월에서 6~7개월령로 조정하는 한편 기준 가격역시 185만원으로 20만원 상향 조정하면서 110만두 이상에선 보전금이 발동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이처럼 안정제 발동 기준이 가임암소두수와 안정기준가격 등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발동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면서 제도의 작동이 쉽지 않게 됐다.
송아지 가격이 폭락할 경우 사육을 포기하는 번식농가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한 제도로 설계됐지만 안정제가 발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도가 발동되지 않도록 개편되면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2~2013년 송아지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에서 형성됐지만 가임암소두수 110만두를 초과하면서 제도는 발동하지 않았다.
2012년 개편된 가임암소 사육두수 및 최대 보전액

#송아지생산안정제 어떻게 개편될까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의 뜨거운 감자는 ‘가임암소두수’ 설정 문제다.
2019년 3/4분기 현재 가임암소두수는 147만9천두로 송아지 가격이 폭락했던 2012년 125만두,
2013년 123만두 대비 무려 20% 가까이 증가했지만 송아지 가격은 4백만원대를 넘어서는 등 현재의
가임암소두수 기준에선 송아지 가격이 안정기준 가격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때문에 정부 역시 현재의 수급 상황에 맞는 발동 기준 즉, 적정 가임암소수에 대한 재설정 필요성에 대해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한우협회 등 생산자단체는 현재 송아지생산안정 발동을 가로막는 ‘적정
가임 암소두수’를 철폐해야만 완벽한 개선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00년 송아지 생산안정제도를 처음 도입할 당시 정부는 가임암소두수 제한 없이 한우산업을 끝까지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으나, 2012년 개편안은 송아지 가격이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일부의 손실은
보전해주겠지만 사육두수가 늘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농가들에게 책임이 있다라는 식으로 제도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현재의 수급 상황만을 고려해 또다시 '발동이 될 수 없는 수준'으로 가임암소 두수를 재조정하는
것은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가격이 하락할 경우 8만 소규모 농가의 상당수가 한우사육에서
이탈하는 상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문제는 정부의 한우산업 '수호' 의지
정부와 생산자단체의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을 둘러싼 이견은 '가임암소두수' 설정과 철폐가 핵심으로
보이지만 한우업계 전문가들은 안정제 개편문제는 한우산업 수호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가임암소 두수를 철폐할 경우 가격이 하락해도 정부가 20~40만원의 보전금을 지급해주니 무한정 송아지를 생산하는 등 농가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농가들에겐 얼마의 보전금이 아니라 ‘안정적인 송아지 가격 형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론이 제도 개편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가임암소두수와 연계한 송아지안정제 개편안이 지속될 경우 한우가격 안정과 같은 수급조절
사업에 정부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지만 가격이 하락한 뒤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과거의 선례들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선제적인 수급조절 사업을 실시하는 등 정부가 한우산업 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부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부에선 안정제에서 가임암소두수가 철폐될 경우 송아지 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지만 한우농가의 급속한 고령화와 축산업을 둘러싼 규제 강화 등을 감안할 때 현실화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실제로 우리와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송아지생산안정제와 비육우 경영안정제도 등 화우 농가의 경영
안정 제도가 2중 3중으로 짜여져 있지만 농가의 고령화로 인해 번식 기반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생산
기반을 유지 또는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모든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실화되지
못하면서 대기업들의 생산부문 참여가 가속화하고 있다.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과 관련해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안정제 개편 논의는 지금과 같이 '도저히
발동될 수 없는 구조'가 아니라 '농가가 어려운 상황에선 발동될 수 있게' 개편해야만 농가들의 사육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안정제는 얼마의 지원금을 어떻게 보전해주겠다는 '보험'이 아니라
한우산업 만큼은 정부가 나서서 책임질테니 안심하고 사육에 전념하라는 '약속과 선언'의 의미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상곤 경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송아지안정제도는 가임암소 두수 상한 기준을 재검토하여 발동조건을 용이하도록 제도를 수정하는 한편 기준가격 역시 일본의 경우처럼 일정한 공식에 의거해 설정함으로써 번식농가들의 합리적 경영과 기반 안정에 도움이 되는 제도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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