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사 증·개축 가능하도록 조례개정 추진
최근 한우 농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다. 전국한우협회가 지난 22일 제주 오리엔탈호텔에서 개최한 ‘2019 한우산업발전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날 간담회에서 제기된 퇴비 부숙도 검사와 관련한 현장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 등을 모색해 본다.
검사 필요성 '공감'… 적용 '어려움'
이번 한우산업발전간담회에는 천행수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 주무관이 퇴비 부숙 방법과 계획 등을 간략하게 발표하고 농가들의 질문에 답변을 이어갔다.
천 주무관은 “수분이 많으면 부숙이 잘 되지 않고 악취의 원인이 된다”며 “한우 농가 퇴비 관리에 있어서는
톱밥을 얼마나 잘 갈아주는지, 얼마나 건조하게 잘 갈아주며 부숙 조건을 잘 맞추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에 한우 농가가 좋은 사료를 먹이며 질 좋은 소고기를 생산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며 “부숙도 검사 의무화도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우리 축산 농가가 가야할 방향이다”라고 덧붙였다.
농가들은 퇴비 부숙도 검사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실제 현장 적용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부 한우 농가들은 특히 천 주무관이 교반 방법 등을 설명하자 "말이야 쉽지. 현장 여건이 안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좀 더 농가의 입장에서 다양한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제도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경북 김해의 한우 농가는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으려 공부하다보니 80%가 퇴비와 관련된 것들이더라"며
"농가가 스스로 퇴비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은데 왕겨만 넣고 섞어 부숙시키라고 말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어 "퇴비 매뉴얼을 잘 갖춰 농가에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천 주무관은 "지난 20일 지자체 농축협과 공무원 370명을 대상으로 농가 교육·홍보를 위한 교육을 완료했다"며 "교반 기계와 장비의 소독·관리, 깔집관리 등에 대한 동영상을 제작하고 체크리스트가 담긴 책받침 형태의 홍보물도 준비 중이다"고 답했다.
퇴비사 증·개축 조례 개정...건폐율 문제 해결도 노력
이날 현장에선 퇴비사 확보와 관련한 농가의 질문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농가가 기존의 퇴비사로는 교반 등이 어려워 퇴비사를 추가로 확보하려는 의지는 있지만 방법을 모르거나 법적 테두리에 묶여 옴싹달싹 못하는 상황이었다.
경북 영주에서 한우를 키우는 한 농가는 "한우 200여마리를 키우는데 연간 톱밥값만 1500여만원이 든다"며 "교반을 잘 하면 톱밥값을 아끼며 부숙도 잘 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퇴비사가 작아 어디에서 트랙터를 돌려 교반을 할 수 있을지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농가도 "퇴비사를 제대로 갖추고 교반 여건을 만들고 싶어도 건폐율 문제나 지자체의 조례 등에 막혀
그러지 못하는 농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적으로 완화할 부분은 완화해 제도를 따라갈 길을 만들어 놓고 농가 숨통을 조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지적했다.
천 주무관은 이 같은 농가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주무관은 “64개 지자체에서 가축사육제한구역 내 퇴비사 증·개축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조만간 환경부에서 지자체의 관련 조례 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폐율로 인한 퇴비사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선 “관련 부처와 협의해 최대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어민 감소 추세와 맞물려 향후 퇴비 쓰임새가 적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천 주무관은 “지역 내 생산 퇴비에 대해 지원금을 우선적으로 주는 것을 금지하는 지침이 있었는데 이를 해제했다”며 “앞으로 지역에서 생산한 퇴비는 지역에서 먼저 이용하도록 하는 체계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수축산신문 이문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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