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의 미래는 인력 활용에 달렸다 Ⅰ
오랜 경륜과 지혜를 활용하는 방법이 절실
급격한 고령화 낮은 출산율
농촌은 심각한 공동화 진행
진입장벽 높아 신규 어려워
기존 체제 떠받들기 역부족
고령·은퇴자 ‘무능력’ 취급은
기껏 쌓아온 지혜 무시 행위
임대·위탁·협업 등을 통해서
귀농인들과의 협력 길 터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층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은퇴자들에 대한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이는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농촌 사회는 고령화가 더 빨리 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농촌사회가 붕괴 직전까지 다다르고 있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기대 수명은 증가하면서 2045년 한국의 노인 비중이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서 2067년 한국의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46.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2045년 37.0%로 일본(36.7%)을 넘어서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생산연령인구는 현재 72.7%에서 2067년에 45.4%로 낮아지고 유소년인구는 현재 12.4%에서 2067년 8.1%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농촌사회에서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 들면서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8년 농림어업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농가인구는 231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4.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령인구의 비율로 65세 이상이 44.7%로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농촌사회가 심각한 고령화,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도시근로자에 비해 소득이 낮고 교육 및 의료 등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해 젊은이들이 도시생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농촌사회에서 소득 수준이 높은 품목은 축산으로 농림생산액의 40%가 넘고 상대적으로 젊은층 종사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축산업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많아 진입장벽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높기에 신규 진입하기가 결코 쉽지 않아 농촌사회를 떠받들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이 있다. 양돈·양계의 경우 계열화 비중이 높아 신규 진입은 가능하지만 초기 축사와 시설 투자비용이 다른 축종에 비해 높다는 점에서 어렵다.
낙농의 경우 축사와 시설 투자 외에도 생산한 원유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존 농가들로부터 기준 원유량을 별도로 구입해야하는 부담이 크다. 한우의 경우 다른 축종에 비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초기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신규 진입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통계청 귀농통계에 따르면 2018년 1만1961가구가 귀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선택한 품목은 작물재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축산업을 선택한 가구수는 373가구에 불과했다. 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축산업을 택한 373가구 중에서는 꿀벌이 34.9%로 가장 높았으며 한우가 28.4%, 곤충류 13.4%, 산양 10.5% 순으로 나타났다.
# 한우농가들은 어디로 갔나
한육우 사육농가수는 2009년 17만4637호에서 2018년 9만6630호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우 농가수 감소는 농촌인구 감소 추세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농촌에서 20마리 이하로 부업으로 키우던 농가들이 한우를 포기하면서 한우사육농가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그사이 한우농가들은 규모화가 이뤄지면서 평균 사육두수가 50두를 넘어섰으며 총 사육두수는 증가했다.
이로 인해 한우산업의 체질이 변했다. 과거 부업농가에서 생산된 송아지를 전업 비육농장에서 사들여 사육하며 분업화됐던 사육 시스템이 일관사육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비육농가들이 가축시장에서 송아지를 구하지 못하자 직접 송아지 생산에 나선 것이다. 송아지가 갈수록 줄어듦에 따라 가축시장에서 좋은 송아지는 구하기도 힘들어 졌고 가격도 크게 올라갈 수 밖에 없게 됐다. 비싼 가격에 송아지를 구입하게 된 비육전문농장들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 송아지 400만원 시대
한우산업은 아직까지 농업농촌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품목 중에 하나다. 농가소득 차원은 물론 농촌 인구 유지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귀농인들에게도 신규진입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우를 농촌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품목 적극 육성,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한우산업을 넘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농촌사회를 유지하고 초고령화시대 은퇴자들에게 새로운 소득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우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전업화,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번식과 비육의 전문화를 통한 경쟁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업규모 한우농장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억에서 수십억이 소요되지만 번식우 20∼30두 규모라면 100평 정도의 축사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큰 투자 없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농축협이나 법인 등에서 투자하고 이를 귀농인 등에게 임대, 위탁, 협업 등의 방법을 통해서도 신규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면 한우산업 경쟁력은 물론 농업·농촌사회의 초고령화 문제, 은퇴자 문제 등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마식도(老馬識途)’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제나라가 원정 전쟁을 끝내고 혹한의 추위 속에 병사들이 귀국길에 올랐지만 길을 잃고 헤매던 중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뒤를 따라가니 마침내 길을 찾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이다.
늙은 말은 힘이 없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여겼으나 늙은 말은 길을 많이 아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고령자나 은퇴자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들에게 삶의 보람을 주고, 이들의 경륜을 활용함으로써 농촌사회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축산경제신문 이희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