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코앞으로 다가온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퇴비사 증·개축 막는 조례 손 못봐···정확도 낮은 검사법도 ‘불안’

2014년 3월 개정된 가축분뇨법
환경부, 4년 지나서야 고시 마련
‘검사 의무화’ 홍보·교육도 뒷북

기준 적합 퇴비 만들기 위해
퇴비사 확보 필요한데
일부 시군 조례 탓 증·개축 난항

분석 정확도 60% 수준 불과
콤백·솔비타로 행정처분 결정
1년에 2~3번 배출하는 퇴비
관리대장 매일 작성도 논란


축산농가들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의 3년 유예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3월 25일 강행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정부가 3월 25일부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시행하려면 제도 시행에 앞서 제도적 뒷받침을 충분히 준비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퇴비사의 증·개축을 막는 지자체 조례를 재정비하지 못했고 정확도가 낮은 퇴비 부숙도 검사 방법, 정부의 뒷북 홍보 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 제 역할 했나=퇴·액비에 대한 부숙도 적용은 환경부가 2013년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진행됐다. 당시 퇴비 부숙도 의무화에 따른 검사 방법과 기준 마련 등에 대해 논란이 있었고 축산단체들은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법 개정을 밀어붙여 2014년 3월 가축분뇨법이 개정됐고 2015년 3월부터 시행됐다. 액비 부숙도 기준은 2017년 3월 25일부터 단계적으로 우선 적용됐고 퇴비 부숙도 기준은 올 3월 25일부터 의무화된다.

 

문제는 정부가 가축분뇨법 개정 이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가축분뇨법 개정부터 4년이 흐른 2018년 7월에서야 마련했다.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시행 관련 홍보도 뒤늦게 시작했다.

 

‘농식품부, 퇴비유통전문조직 140개소 육성’(2019년 9월 5일), ‘축산농가 퇴비 부숙도 검사 및 컨설팅 지원’(2019년 11월 7일), ‘퇴비 부숙도 시행대비, 지자체 등 교육 및 농가조사 등 추진’(2019년 11월 19일), ‘2020년 3월 25일 퇴비 부숙도 시행, 차질 없이 준비한다’(2019년 12월 19일) 등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중 홍보를 진행했다. 농가 및 지자체, 농·축협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지난해 11월 시작했다. 정부의 홍보와 교육이 뒤늦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축산단체 한 관계자는 “환경부는 가축분뇨법 개정 추진 당시 농식품부와 협의해 검사방법과 기준 등을 마련하겠다고 말하며 법 개정을 밀어붙였다”며 “하지만 환경부는 5년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2018년 7월 급하게 관련 고시를 신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법을 만들면 해당 규제가 시행 가능한지, 분석기관 확보 등 시행여건이 충분히 마련됐는지, 농가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홍보·교육을 했는지 등을 판단한 후 시행해야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퇴비사 증·개축 막는 조례=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가 실시한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퇴비 부숙도 실태조사’ 중 퇴비 부숙도 기준 준수를 위해 농가가 우선 준비해야 할 사항을 묻는 질문에 퇴비사 확보라고 응답한 농가가 65.9%에 달했다. 낙농가들의 54.2%는 퇴비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기존 퇴비사의 개조·개선 의향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처럼 축산농가들은 퇴비 부숙도 기준에 적합한 퇴비를 만들기 위해 퇴비사의 증축 또는 개축의 필요성을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제도적인 제약으로 농가들은 퇴비사의 증·개축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안희권 충남대 교수에게 의뢰한 한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관련 연구용역에 따르면 가축분뇨자원화 표준설계도에 깔집 한우사의 퇴비사는 60일 용량을 확보하도록 명시돼 퇴비를 농경지에 살포할 수 없는 비수기에 우사 내 또는 농장 내 퇴비사에 퇴비를 저장해야 한다.

 

하지만 퇴비화를 진행하면 공간이 감소하는 만큼 퇴비사에 대한 증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 배출시설에만 적용해야 할 가축사육제한거리 관련 지방조례로 퇴비사와 같은 처리시설의 증축과 개축을 제한하고 있다. 퇴비사와 같은 처리시설의 증축과 개축을 전면 제한한 지자체는 9곳, 부분 제한한 곳은 18곳으로 조사됐다. 실제 B지자체는 2018년 2월5일부터 가축사육제한구역 내 가축분뇨배출시설의 신·증축을 제한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안희권 교수는 발표자료를 통해 “농가들은 퇴비 부숙도 기준에 적합한 퇴비를 만들기 위해 퇴비사를 개조 또는 개선하고 싶어도 가축사육제한지역에서 퇴비사 등 처리시설에 대한 증·개축을 조례로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건축법 시행령 제15조 5항에 따르면 연면적이 100㎡ 이상인 가축분뇨처리용 비닐하우스 또는 천막 구조 건축물은 가설건축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군은 조례를 통해 농장 내 가설건축물 형태의 퇴비사 설치를 제한하고 있어 농가들이 퇴비사 증·개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엽 한우협회 전무는 “건축법 시행령을 보면 농장 내 가설건축물 형태의 퇴비사를 건폐율에 무관하게 허용한다고 명시됐지만 일부 시군은 조례로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비 부숙도 검사법 믿을 수 있나=환경부의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퇴비의 부숙도 측정방법은 콤백(CoMMe-100)과 솔비타(Solvita)를 이용한다. 다만, 이 측정법 검사 후에도 냄새에 의한 부숙이 의심될 때에는 종자발아법을 진행한다.

 

문제는 콤백과 솔비타의 분석 정확도가 6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분석 결과만을 믿고 퇴비를 농경지에 배출했다가 측정 결과가 부적합으로 판명나면 과태료 납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퇴비 부숙도 측정방법이 콤백과 솔비타 외에도 산소 소모율 측정, 이산화탄소 발생률 측정 등 다양한 만큼 특정회사·제품명을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A축산단체 관계자는 “법적 처벌이 달린 상황에서 정확도가 60%에 불과한 기계로 확인하는 것이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퇴비 부숙도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농가당 연간 1회 또는 2회씩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연간 검사건수는 약 15만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농업기술센터를 분석기관으로 추가했다고 밝혔지만 축산업계에서는 여전히 장비와 인력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지 않는다.

 

▲기타=현장과 맞지 않는 퇴·액비 관리대장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보급한 퇴비 및 액비관리대장은 가축분뇨를 자가 또는 위탁처리에 대한 내역, 퇴비·액비 생산·처분에 대한 관리내역을 표기하도록 돼 있다.

 

경기 이천의 한 낙농가는 “상당수 농가들이 1년에 2~3차례 퇴비를 배출하는 상황에서 매일 퇴비 및 액비 관리대장을 기록하라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축종별 분뇨의 환경 부하와 영향, 자원화 실태 관련 기초 자료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시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축산단체 관계자는 “한우와 젖소는 초식동물이자 반추가축으로 환경 영향이 다르다. 그런데 정부는 이 같은 기초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농가들이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