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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부숙도검사 의무화’ 한달여 앞으로…현장 가보니 ‘한숨’

 

“퇴비사로 쓸 곳 찾기 어렵고 증축기간도 촉박” 

대가축 사육농가들 골머리

퇴비 보관공간 확보 위해 사육규모 감축 땐 생계 타격

증축에 드는 비용 역시 부담 필요한 장비도 대부분 고가

영세농·고령농 폐업 고려

축사 적법화 완료했거나 이행 중인 농가 모두에 또 다른 ‘족쇄’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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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퇴비부숙도검사 의무화를 시행하는 것은 농가에게 소를 키우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7일 오전 10시 경기 안성의 한우 번식농가. 40마리 소들이 조사료를 먹거나 톱밥이 깔린 바닥에 몸을 맡긴 채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평온한 농장 풍경과는 달리 이곳의 주인 윤현선씨(35·고삼면)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퇴비부숙도검사 의무화 시행일인 3월25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제도 시행 이후 가축분 퇴비를 농경지에 살포할 땐 축사면적 1500㎡(453.7평) 이상 농가는 부숙 후기 또는 완료, 1500㎡ 미만은 중기 이상의 퇴비를 살포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윤씨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퇴비사의 공간 부족이다. 중기 이상으로 퇴비를 부숙하려면 3~6개월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에 퇴비를 퇴비사에 쌓아놓으면 그사이 배출되는 분뇨를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주변 경종농가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퇴비를 제공하면서 퇴비사 공간을 확보해왔다”며 “그런데 이젠 그때그때 퇴비를 내보낼 수 없어 어디에다 분뇨를 보관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씨뿐만 아니라 분뇨발생량이 많은 대가축 사육농가 대부분이 퇴비사 공간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축종별 하루 평균 분뇨발생량은 한우 한마리당 13.7㎏, 젖소 37.7㎏이다. 한우 40마리를 키우는 윤씨의 농장에선 하루에 548㎏, 한달이면 약 17t에 이르는 분뇨가 나온다.

 

공간을 확보하려면 사육규모를 줄여 분뇨량을 감소시키거나 퇴비사를 증축해야 한다. 하지만 두가지 방법 모두 실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육규모를 줄이면 수입이 감소해 생계에 타격을 받게 된다.  

 

퇴비사를 증축한다고 해도 축사 주변에 적당한 장소를 찾기 어려운 데다 만약 구한다고 하더라도 제도 시행일까지 증축공사를 끝내기란 역부족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로 가축사육제한구역 내 퇴비사 증개축을 제한하고 있어 농가의 어려움을 더한다.

 

제도 이행에 수반되는 비용을 걱정하는 농가들도 많다. 이들은 “퇴비부숙에 필요한 스키드로더·트랙터 등 장비 가격은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른다”며 “소규모 영세농가나 후계자가 없는 고령농가는 비용을 들여 장비를 사는 대신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최근 무허가(미허가)축사 적법화를 끝냈거나 아직 이행 중인 농가에 퇴비부숙도검사 의무화는 또 다른 족쇄로 다가온다.

 

전남 장성의 낙농가 정병열씨(56·진원면)는 “적법화를 위해 축사를 옮기거나 규모를 줄이려고 계획 중”이라며 “한 제도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제도를 이행하려다보니 비용적인 측면이나 심리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축사공사와 퇴비사 증축에만 2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필요해 앞으로의 목장 경영이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다른 농가들도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친환경 축산을 실천하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 준비가 덜 돼 이대로 제도를 시행하면 많은 농가가 범법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농민신문 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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