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공약(空約), 이번에 공약(公約)될까?
특집-21대 총선 각 당 농정공약은…
민주당·한국당, 농정공약 아직 못 내놔
정의당·민중당, 발빠르게 농업계에 러브콜
▲ 정의당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제2축산회관을 방문해 6대 농정공약에 관해 농업계 인사와 의견을 나눴다.
지난해 12월11일 경실련의 농업개혁위원회는 4년 전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때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양당을 비롯해 각 정당이 내놓은 공약 이행을 점검한 결과,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고 평가했다. 농업개혁위원회가 매긴 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2.26점(5점 만점), 새누리당이 1.80점이었다. 농정공약 이행에 대해 농민 67.9%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한 반면,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14.3%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농어민 건강검진 제공, 농어촌상생협력기금 1조 원 조성, 농협 혁신 등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공약(空約)에 머물렀다. 건강검진 사업은 겨우 시범사업 예산을 확보했을 뿐이고,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663억 원에 머물고 있으며, 농협 혁신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중앙회장과 조합장 선거가 그사이 치러졌다.
당시 새누리당은 어떤가. 각종 재해보험 대책 마련, FTA 피해 최소화, 농촌빈집 정비 등을 내세웠지만 농업인이 피부로 느낄만한 변화는 없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결국 양당의 4년 전 공약(公約)은 가짜 약속, 즉 공약(空約)에 불과했다는 게 대부분의 평가다.
양당 농정공약 전무
지난해부터 이어진 농산물 가격 폭락과 소비부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과수화상병,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등으로 격랑에 빠진 농업계는 4월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하지만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아직까지 뚜렷한 농정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 경대수 의원을 총선 공약개발단의 농해수팀장으로 지난 1월 초 임명했다. 경대수 의원실은 공익직불제에 농민수당을 포함하는 기초연금과 수산업·임업 공익직불제, 청년농업인 지원책 등의 공약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계획은 소요되는 예산과 기존 정책과 중복되는지 등을 살펴본 후 2월 말 내놓을 계획이라도 설명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략적인 농정공약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른 분야는 잇따라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농업분야는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2월 전국농어민위원회(위원장 위성곤 의원) 발대식을 가지면서 ‘농정개혁’과 ‘직불제예산 확대’ 등을 결의하면서 공익직불제, 최저가격보장제, 가공산업 육성, 수입 대체작물 지원 등의 정책마련에 나서겠다고 천명했지만, 그 이후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전국농어민위원회는 자리 만들기, 이름 알리기, 농민 달래기를 위한 허울뿐인 조직이었단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의당·민중당, 농업계 러브콜
반면 정의당과 민중당은 양당보다 발 빠르게 농업계 표심 얻기에 나섰다. 지난 4일 정의당은 한국농축산연합회(회장 임영호)와의 간담회에서 농정 6대 공약을 발표하며, 비례대표 10번 이내에 농업계 후보를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간담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21대 국회에 농업계 의원 진출과 주기적인 간담회를 마련해 농업계 목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언급했다.
정의당이 이날 내놓은 농정 6대 공약은 ▲매월 30만 원 농민기본소득 도입 ▲GMO농산물 규제 및 친환경먹거리 공급 시스템 마련 ▲여성농업인 지위 강화 ▲생산·판매걱정 없는 소득안정 ▲농정예산 5% 확보 ▲공익형 수산직불제 등이다. 민중당은 비례대표 2번에 농민후보를 전략공천하겠다고 밝혔으며,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제17대 박행덕 의장이 선거대책위원회 농민부분에 포함됐다.
■농업계 농정 요구사항은…
“농업계 요구 관철되는데 전력”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이하 축단협)는 6대 핵심공약을 요구했다. ▲가축분뇨 적정처리를 위한 가축분뇨법 개정 ▲축산업 공익직불제 도입 ▲축산물 가격·수급안정대책 마련 ▲국산 축산물 공공급식 활성화 ▲지속가능한 축산업·농업 위한 상생방안 마련 ▲대기업 축산업 진출 방지 등을 발표했다. 축단협 관계자는 “미허가축사 적법화와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 등에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바이러스까지 겹치면서 소비심리 위축으로 축산물 가격이 폭락했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6대 핵심공약을 각 당에 전달하고 관철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국농업인단체연합은 4대 핵심기조와 14개 세부내용을 포함한 농정공약을 요구했다. 4대 핵심기조는 농업·농촌의 지속성 확보와 근본적 경쟁력 강화, 농산물 수급과 가격안정을 통한 농업인 소득 보전, 농업분야 신규 인력유입과 안정적 정착 유도, 양성평등 문화확산을 통한 여성농업인 권익 신장 등이다.
구체적으로 ▲농업·농촌 공익적 기능 개념화 및 헌법 반영 ▲국가 전체 예산 대비 농업예산 비중 5% 이상 확대·유지 ▲농업·농촌 공익적 기능 증진을 위한 직불제도 예산 전체 농업예산의 30% 이상 편성 ▲WTO 농업 개도국 포기에 따른 실질적 피해대책 마련을 위한 ‘무역이득공유제’ 도입 및 품목별 경쟁력 강화 계획 수립 ▲‘농산물 최저가격 보상제’ 도입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 및 피해 보전율 확대 ▲농지 이용 실태, 농산물 수급 등 농업·농촌 종합통계 제공 ▲모든 농업 정책자금 금리 1%로 인하 및 상환기간 연장 ▲영농상속공제 재산가액 현행 15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확대 ▲초·중·고 자유학기제 및 동아리활동 등과 연계한 농업 관련 교양․진로교육 프로그램 개발․확대 ▲여성농업인 공동경영주 등록률 제고 및 관련 교육·홍보 확대 ▲여성농업인 특수성을 고려한 ‘여성농업인특화건강검진’ 본 사업 편성 ▲여성농업인 농부증 예방을 위한 편의장비 개발․보급 확대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지원 대상 및 단가 확대 등이다.
■농업계 인재 누가 뛰나…
20대 국회, 300명 의원 중 농업계 의원 1명
김인련 생활개선회장 “여성농업인 국회 진출, 이번엔 이뤄내야”
농업계의 농정공약 관철 이외에도 21대 국회에 얼마나 많은 농업계 인사가 진출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20대 국회에서는 93개 농어촌 또는 도농복합선거구에서 단 1명의 농업계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다만 의성군한우협회 김현권 前회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진출에 성공했을 뿐이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농업계 의원은 단 1명에 불과한 것이었다. 김현권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경북 구미을 후보로 나섰지만 보수세가 워낙 강한 지역이라 당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전농은 민중당을 통한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김영호 前전농 의장이 민중당 농민 비례대표, 경남 함양군 전성기 농민회장은 거창·함양·합천·산청 지역구, 전농 광주전남연맹 안주용 前정책위원장이 나주·화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한다.
정의당 농어민위원회 박웅두 위원장은 비례대표에 도전한다. 강기갑 前의원 보좌관, 전농 정책위원장, 곡성군 농민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박 위원장은 “30여 년 넘게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이자 식량주권과 농민의 권리를 지키는 농민운동가로, 그리고 농민 진보정치를 앞장서 온 정치인이었다”며 “이번 21대 국회에 농업계 의원으로 진출해 250만 농어민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산림조합중앙회 이석형 前회장은 광주광역시 광산갑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농식품부 김재수 前장관은 대구광역시 동구을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로 나섰다.
특히 이번 지역구 선거에서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바로 전남 나주·화순 지역구다. 전통적인 여당 텃밭인 이곳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에 힘입어 국회에 입성한 손금주 의원은 무소속으로 있다 지난해 연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후반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한 손 의원은 재선에 도전한다. 나주시장과 제19대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 농어업비서관을 지낸 신정훈 후보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본인의 국회입성이 꼭 필요하단 입장이다. 그리고 나주 함평농협 조합장과 23대 농협중앙회장을 지낸 김병원 후보도 이곳에 도전장을 냈다.
손금주 의원은 현역프리미엄, 신정훈 후보는 나주시장과 청와대 근무경력, 김병원 후보는 농협 조합장과 중앙회장 등을 본인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정훈-손금주-김병원 후보 순으로 지지한다는 지역여론조사가 나왔지만 오차범위 내 결과여서 누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될지는 아직까진 안갯속이다.
하지만 여성농업인의 국회 진출에 대한 하마평조차 나오지 않고 있어 정치는 여성농업인에겐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김인련 회장은 “비례대표로 여성농업인에게 여성이자 농업인으로서 높은 가점을 줘야 국회 진출이라는 오랜 염원의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을 것”이라며 “21대 총선엔 그 희망이 희망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