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향신문>에 실린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한 칼럼 때문에 정치권이 시끌벅적하다.
4·15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운운하며 고발 조치를 했다가 철회한 더불어민주당과 ‘이때가 기회다’라고 물고 늘어지는 야당의 공방이 얽히고설켜 어지러운 정국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불쾌감은 세부적으로 조금씩 다르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선거철 정치권의 ‘매너리즘’에 대한 부분이 크지 않을까 싶다.
사실 국가의 중대사인 크고 작은 선거마다 농업계는 점점 소외되고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총선 공약 중 농업 관련 공약은 후순위로 밀려 주목받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시나브로 ‘농업계만 빼고’가 된지 꽤 됐다. 국회의원 후보자의 면면에서 ‘농업’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뿐더러 농업 공약 없이도 당선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정치권에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농업계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먹거리를 둘러싼 수요가 더욱 다양해지고 농업계에서도 새로운 주체들과 요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농업계의 정치적 역량은 바람 앞에 부서지기를 기다리는 ‘모래성’ 같은 처지로 쇠락하고 있다.
왜 이런 것일까. 여러 분석들이 있다. 이 중에서 농업계 관행과 관성의 뿌리가 깊다는 데 원인이 있다는 시각에 동의한다. 시대 변화 속에서도 관행 등의 타성에 젖어 농업계 자체적으로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충분히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방화에 맞섰던 ‘투쟁’, 그리고 정부 당국과의 ‘협상’을 통해 따낸 성과들이 농업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동안 농업계는 ‘구도의 싸움’에 관행과 학습대로 대응해 왔을 뿐 ‘대안과 변화’를 지향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예산 당국의 헤게모니를 극복하지 못하는 농정 당국의 모습도 ‘닮은꼴’이다.
수많은 관행들 중 하나는 선거판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정치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는, ‘산토끼’가 아닌 ‘집토끼’를 자처하는 농업계 투표경향이 정치권의 ‘농업계 패싱’이라는 그릇된 관행을 낳게 했을 가능성에 대해 성찰해 봐야 할 시기다.
농민이 유권자로 참여하는 선거에서, 농어촌 지역구 선거에서, ‘파란’과 ‘이변’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가깝게 지역농협 조합장이나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만 놓고 봐도 그렇다.
정치권이 농업·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지원 없이 문제를 풀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지난 20년 동안,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4년 임기를 5번이나 마쳤고, 산술적으로만 약 1500명의 인사들이 금배지를 달았다.
반면 같은 기간 농업소득은 1000만원 남짓(1999년 1056만원→2019년 1277만원)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농민이 농사만 짓고 살기에 녹록지 않다고 울부짖는 지금, 농업계가 기존 관행을 벗지 않고서는 20년 뒤 상황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 다가오는 4월 15일 총선에서 300명의 국회의원이 또다시 여의도에 둥지를 튼다. 이번 총선이 ‘농업계만 빼고’라는 정치권의 매너리즘을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