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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기서 고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분이 저기압일 때는 '고기 앞'으로 가라"는 말도 있지요. 넘치는 유머만큼이나 우리의 고기 사랑은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런 고기를 생산하는 축산업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합니다. 농장 근처 주민들이 제기하는 민원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혁신도시를 꼽는 분들도 있더군요. 축분 냄새가 과거에 비해 줄었는데도 불만이 늘고 있는 건 혁신도시로 인해 농촌으로 이주해 오는 도시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더구나 소 방귀와 축분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으니 축산업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축산업이 우리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농업 전체 생산액(50조원)의 40%인 20조원이 축산업에서 나옵니다. 품목별 생산액 1위는 쌀(8조8000억원)이지만 2~5위는 축산업이 차지합니다. 돼지(6조8000억원), 소(5조3000억원), 닭(2조3000억원), 우유(2조1000억원) 순입니다. 농가 평균 소득을 높이는 것도 축산입니다. 연평균 소득이 축산 농가는 7500만원으로 전체 농가(4100만원)는 물론 도시 근로자(6700만원)보다도 많습니다.

축산이 이렇게 중요해진 건 요즘 들어서만도 아닙니다. 조선 시대 과거시험에 '축우 육성 방안에 대해 논하라'는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핵심 산업인 농업에서 소가 차지했던 위상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지금으로 치면 '반도체 산업의 육성 방안에 대해 논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한우 하면 우리는 누런 소 즉 황우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의 대표가 황우가 된 건 일제강점기 이후입니다. 그 이전에는 황우와 함께 흑우, 칡소, 흰 소 등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일제가 당시 선호도가 높았던 흑우를 자기네 땅으로 가져가면서 '조선의 소는 누런 소로 한다'고 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와규가 바로 그 흑우에 기반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실 일본은 19세기 후반 메이지유신 이전까지 1200년간 육식을 하지 못했던 나라인데 말이죠.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쇠고기 요리에 관한 한 세계적인 국가입니다. 김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불고기 아닙니까. 게다가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보다도 쇠고기 부위를 훨씬 더 많이 분류해 먹습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안 먹는 부위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조리법도 굽고 튀기고 찌고 삶고 말리는 등 서양보다 다양합니다.

명절에 하는 윷놀이도 가축과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도·개·걸·윷·모는 각각 돼지·개·양·소·말을 뜻합니다. 우리는 벼·기장·조·보리·콩을 오곡(五穀)이라고 하는 것만 알지만 사실 오축(五畜)이라는 말도 예로부터 쓰였습니다. 오축은 소·개·양·돼지·닭을 말합니다. 축산은 우리의 일상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축산에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소의 해를 맞이해 한우에 문화를 입히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고, 축산역사관 설립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농협축산경제가 주도하고 축산 관련 기업과 단체들이 힘을 보탠다고 합니다. 한우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가는 축산역사관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 아그리젠토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 있는 도시 이름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 농업 중심지였습니다. 한국 농업의 비전을 상징합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https://www.mk.co.kr/opinion/columnists/view/2021/03/21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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