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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한 마리 우피 가격 3천원~1만 원 이하
캐쥬얼복 일상에 비건 패션 열풍까지 겹쳐 수요 ‘뚝’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통권39호) 2021년2월호 기사입니다.


[팜인사이트=옥미영 기자]  

“소 한 마리를 출하하고 받은 우피가격이 1만원도 안됩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지난 연 말 경북 영천에서 20여 년째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는 김 모씨는 축산물공판장에 소를 출하하고 받은 정산서를 받고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농협고령공판장에 소를 출하하고 받은 사육정산서에 따르면 소 한 마리의 우피가격은 6천원다.

김 씨는 “등급만 잘 나오면 한우가격은 서운치 않게 받을 수 있는데,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가죽이 이제 1만원도 안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1만원도 안하는 소 한 마리 가죽가격

한우가격 고공세가 수년째 이어지고, 지난해엔 결국 ‘최고점’을 경신하다보니 한우농가와 업계의 부산물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 진지 오래다.

사골과 우족, 잡뼈 등 한우 부산물은 소비패턴 변화로 수년 째 고전을 면치못하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가정식 소비가 활성화되며 깜짝 활황 중이다.

이같은 영향으로 최근 한우 부산물가격은 우두의 경우 4만~4만 5천원, 우족은 2만원, 내장은 한 벌에 17~18만원 선까지 가격이 상승해, 농가들의 또 다른 부수입원이 되고 있다.

반면, 그동안 한우 사육농가들의 또다른 부수입원이었던 우피의 경우 마리당 거래 가격이 암소의 경우 3천원에서 거세우의 경우 1만원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1만 5천~1만 6천원 수준이었던 한우 거세우 우피 가격은 가격이 더욱 떨어져 1만원을 밑도는 가격에 형성되고 있다.

2020년 소가죽 수입량 18.8톤…역대 최저치

가죽 패션이 한 참 각광받던 2000~2010년 초반만 해도 소 가죽의 인기는 대단했다.

남녀 정장 구두와 지갑, 가방, 벨트는 물론 쟈켓과 스커트, 바지 등 감각있고 특별한 패션을 추구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죽을 소재로 한 디자인은 인기 아이템 중 하나였다.

국내산으로 생산량을 미처 충당하지 못했던 업체들은 외국에서 가죽 물량을 대거 수입해왔다.

2011~2012년 돈피 수입물량은 6500~7300여 톤에 달했고, 우피 수입량도 1천톤이 넘었다(1300톤).

야외에서 방목을 통해 집단 사육되는 미국 ·호주와 달리 사육규모가 적고 축사에서 개별적으로 관리되는 한우의 경우 우피에 흠집이나 기스가 없어 외국산에 비해 훨씬 높은 품질을 인정받으며 암소는 5만9천~6만 4천원, 거세우는 6만 9천~7만6천언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10여년을 지나는 사이 소비트렌드가 크게 변화하며 가죽에 대한 인기와 가격도 시들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소 가죽은 18.8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10여 년 전 활황기에 비해선 무려 98.6%가 감소한 것이다.

돈피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돈피 수입량은 총 1843톤으로 소 가죽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저량을 기록했다.

직전년도인 2019년 2452톤에 비해선 24.8%p 감소했다.
가죽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가축 수입 물량 추이를 볼 때 향후 5년내 소와 돼지 가죽 수입은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될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잘 나가던 소가죽 인기 시들...왜?

가죽을 활용한 각종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업무 효율성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조직 문화가 확산되며 기업들 사이에선 수년전부터 넥타이와 정장 대신 비즈니스 캐쥬얼을 기본으로 하는 자율복장 제도를 시행 중이다. 캐쥬얼 복장이 일상화되면서 가죽 신발 수요가 크게 줄었고, 복장의 간소화로 인해 가죽으로 만든 서류 가방 대신 천으로 만든 백팩 등이 자리를 메우며 가죽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환경과 동물보호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함께 불어온 채식주의, ‘비건 열풍’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패션 및 잡화부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건 패션이란 가죽, 모피, 울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공정과정에서 동물 학대 없이 생산한 원재료로 만든 옷이나 신발, 가방 등을 총칭하는 말로, 언제부터인가 모피코트를 입는 사람은 동물을 학대하는 데 가담하는 개념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패션업계에선 최근의 이같은 경향과 추세를 자사의 제품 개발과 출시에 반영하고 있다.

버버리의 경우 2018년 모피로 만든 의류 라인을 없앤 ‘퍼프리(fur free)’ 브랜드를 선언했으며, 구찌와 지미추는 이에 앞선 2016년 모피 사용을 중단한 바 있다.

영원아웃도어의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인공 충전재를 활용한 패딩을 선보이며, 윤리적 패션 제품이라는 마켓팅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가운데 동물의 가죽을 대체하는 소재들을 활용한 제품 개발은 가죽 수요를 너끈히 대체해 내고 있다.

합성피혁, 파인애플 가죽, 세포배양 가죽, 한지 가죽에 이어 최근엔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버섯 가죽까지 개발된 상태다.

인조털을 활용한 ‘플리스’ 자켓은 에코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남녀노소를 뛰어넘어 세대간 인기를 끌고 있다.

2021년 노스페이스가 선보인 플라스틱 패딩 파카
국내 시장 한계에 부딪쳐…해외 진출 고민해야


이처럼 환경과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이 패션과 잡화부문으로까지 확대되면서 향후 가죽의 소비처는 더욱 위축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가축의 가죽이나 털을 대신해 합성 소재로 만들어진 인조 모피 제품 등은 폐기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가죽=환경파괴’, ‘합성피혁=환경친화’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선 올바른 정보 제공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합성피혁 제품을 안전하게 처분하는 방법이 없는 만큼 인조가죽이라 해서 더 친환경적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소가죽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해외 수출 등의 또 다른 수요처를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소가죽은 총 555건, 2797톤이 외국으로 수출됐다.

수출 물량은 지난 217년 7102톤 수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한우의 경우 외국산 가죽에 비해 높은 품질을 인정받고 있어 꾸준한 수요처를 개발할 경우 ‘가죽’에 대한 지속적인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 팜인사이트(http://www.farminsigh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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