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자연주의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그 사람은 부자가 된다.’는 말을 남겼다. 그가 원래 의도한 바는 욕심을 경계하고 무소유를 지향하는 삶의 태도였을 테지만, 탄소중립이 화두가 된 요즘 필자는 그의 말이 다르게 와 닿는다.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수록 자연은 더 풍요로워질 거란 생각에서다. 그러나 도전과 개척 정신을 자랑삼는 인류에게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은 쉽지 않은 듯하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였고 화석연료를 이용한 내연기관이 발명되면서 인간의 활동 반경은 생물학적 활동반경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탄소배출이 시작된 것이다.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탄소는 인간의 활동으로 가장 많이 배출된다. 탄소배출량은 인간활동을 수치화한 활동자료에 각 활동 유형별로 배출하는 탄소량을 계수화한 후 이를 곱해 산정한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할 때부터 작은 탄소발자국을 남겨왔지만, 화석연료를 이용한 인류의 활동은 지구상에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증기기관으로 촉발된 산업혁명은 규모화를 통해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했고 농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농업 생산성의 혁신은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잉여자원의 증가, 방만한 소비 등으로 버려지는 식량 자원 또한 늘어나게 되었다.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식량기구(FAO)는 해마다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식량 40억 톤 중 3분의 1이 손실되거나 낭비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음식물류 폐기물은 2018년 기준 하루 1만3톤에 달한다.
이러한 식량 손실이 그동안 부각되지 않은 것은 우리가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한 탓도 있지만, 자원순환을 통한 균형이 어느 정도 유지된 측면도 있다. 식량 자원은 사료화를 통해 가축 사육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류 진화 초기 약간의 식량 손실은 야생동물의 가축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는 축산업이 식량 손실을 탄소배출이 아닌 탄소 순환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식량 손실이 급증한 지금 축산업은 여전히 탄소 순환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육류 수요를 전통적인 축산기술만으로 해결하며 순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축산업은 각종 환경규제 강화와 더불어 더 깨끗한 사회 실현을 위한 책임 이행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축산업은 보다 정밀한 사육기술 적용을 통해 생산성은 유지하면서 환경부하는 줄이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다양한 산업분야 간 협력 없이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탄소배출원 대부분은 궁극적으로 인간 활동에 따른 것으로 그 출처가 실로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다. 축산업만 온실가스를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축산업은 유기자원의 사료화, 비료화 및 에너지화에 모두 관여하는 자원순환의 연결고리로서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축산업의 선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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