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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 한우의 재발견 ◆

 

'한우가 지구상 최고의 고기가 될 수 있는 이유. 와규나 고베(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쇠고기 브랜드)는 잊어라.'

얼마 전 미국 유력 일간지 USA투데이가 게재한 기사 제목이다. 많은 사람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우를 좋아하는 소비자는 물론 한우 농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기사를 쓴 사람은 홍콩에서 활동하는 유명 저널리스트인 케이트 스프링거다. 그녀는 음식과 여행, 디자인 등 분야에서 여러 잡지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프리랜서 기자로 세계 유수 언론에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기사에서도 밝혔듯이 그녀는 한우를 처음 취급하기 시작한 홍콩 레스토랑에서 일본, 미국, 홍콩, 프랑스산 쇠고기와 비교 시식한 결과를 기사에 담았다.

그녀의 한우 칭찬은 이렇게 요약된다. "한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토종 소 중 하나로 2000년 이상 한반도에 살았다. 고베 비프와 같은 느끼한 일본 와규처럼 마블링에 압도당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미국 프라임 쇠고기의 살코기 풍미도 전부 갖고 있다. 이런 완벽한 맛의 균형 비밀은 한우농장에서 사용하는 소먹이와 사육 방식에 있다." 그러면서 기사는 "작은 고깃집이든 5성급 호텔이든 메뉴판에 프리미엄 한우가 있으면 바로 주문하라"고 끝을 맺는다.

 

◆ 수입 개방에 맞선 품질 개선 노력의 결과


 

해외 언론에서 한우를 극찬하고 나섰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리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1990년대 초반 쇠고기 수입 개방을 둘러싼 반발이었다. 당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의 쇠고기는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다. 한우는 쌀과 함께 농촌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쌀과 쇠고기를 다 지키기는 힘에 부쳤다. 결국 쌀을 지키고 쇠고기는 내줄 수밖에 없었다. 1993년 12월 UR가 타결되고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1995년 쇠고기 시장이 개방됐다. "이제 한우는 다 죽었다"는 비명만 여기저기 들릴 뿐이었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장 개방에 맞서 한우업계는 품질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우선 품종 개량에 매달렸다. 충남 서산에 있는 한우개량사업소를 중심으로 유전체 분석을 통해 우수 씨수소를 선발하고, 당대와 후대 검정을 통해 최적의 교배를 하는 데 주력했다. 농가에서는 일본 와규처럼 마블링이 잘 형성되도록 좋은 사료 배합에 심혈을 기울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출하되는 한우의 평균 체중이 1974년 358㎏에서 2000년 577㎏으로 늘더니 작년엔 705㎏을 찍었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1등급 이상 고급육 출현율도 수입 개방 이전인 1993년 10.7%에 그치던 것이 2000년 24.8%, 작년엔 74.1%까지 급상승했다. 고급육이 더 많이 나오면서 한우농가 소득이 늘어나고, 그 결과로 한우 사육 두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2000년 160만두이던 것이 작년 336만두까지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는 사이 한우농가 숫자는 29만개에서 9만4000개로 줄어들면서 규모화도 진전되고 있다.

 

◆ 세계 최고 수준 프리미엄 식자재로 부상


 

고기 품질이 좋아지면서 이제 한우는 프리미엄 식자재 대접을 제대로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요즘 요식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트렌드로 부상한 한우 오마카세 식당의 확산이다.

오마카세는 일본말로 '맡긴다'는 뜻으로 손님이 요리사에게 온전히 메뉴 선택을 맡기는 것을 뜻한다. 일식당에서 요리사가 그날그날 가장 신선한 식자재로 제철 요리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한우 오마카세 역시 요리사가 다양한 한우 부위를 손님에게 선보인다. 최근 들어 오마카세라는 용어 대신에 '맡김 요리' 혹은 '맡김 차림'이라는 말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한우 오마카세 식당은 5년 전 서울 마장동 입구에 처음 등장한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1인분 가격이 대략 10만~20만원 정도, 가장 비싼 곳은 35만원인 곳도 있지만, 인기 있는 식당은 몇 주치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다. 초기에는 주로 50대와 60대 비즈니스 손님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30대와 40대 손님과 가족 손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태원에 있는 운정96의 김용호 셰프는 "1년 전 문을 열었을 때에 비해 손님의 연령대가 눈에 띄게 젊어졌다"며 "생일이나 결혼 등 각종 기념일을 맞아 방문한 손님이 대략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한 번 찾았던 고객의 재방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급 한우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우가 프리미엄 요리의 대표 식자재로 자리를 완전히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단군 이래 최대 호황에도 걱정 큰 농가들


 

최근 몇 년간 한우산업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소 한 마리당 1000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가격이 좋은 데다 한우 소비가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농가는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우선 한우시장 호황으로 사육 두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불안감이 크다. 최근 몇 년간 가격이 좋았지만 수요 증가세가 조금이라도 꺾이면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또 하나는 수입산의 거센 도전이다. 수입산보다 비싼 가격에도 한우에 대한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국산 쇠고기 자급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쇠고기 소비량이 2000년 40만2000t에서 2019년 67만2000t으로 27만t(67.2%) 늘었지만 늘어난 소비량 중 한우가 차지한 비중은 12.2%(3만3000t)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수입산이 차지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쇠고기 자급률은 2000년 52.8%에서 2019년 36.5%로 16.3%포인트 떨어졌다. 수입산 쇠고기의 한우 대체 효과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호주산 쇠고기 가격이 1% 하락할 때 한우 1+등급 이상 고급육 수요는 0.3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쇠고기 소비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도 한우업계에 부담이다.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000달러에 달했던 2000년 이후 쇠고기 소비량이 줄기 시작했고, 미국은 3만7000달러이던 2002년을 기점으로, 유럽연합(EU)은 3만2000달러이던 2007년부터 쇠고기 소비가 줄어들었다.

 

◆ 일본의 와규 넘어서도록 실력 더 키워야



한우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일본 와규를 따라가려면 멀었다는 분석이다. 와규는 세계 각국에서 최고의 프리미엄 쇠고기로 인정하고 있는 데다 가격도 한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가에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한우산업의 퀀텀점프를 위해서는 품질 개선 이외에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수출 시장에 더 눈을 돌려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한우가 수출되는 지역은 홍콩과 싱가포르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를 미국이나 중동 지역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쇠고기 소비가 많은 중동 지역 수출을 늘리기 위해선 할랄 인증이 필수인 만큼 도축 단계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프리미엄 한우 시장을 선도해온 벽제갈비 김영환 회장은 "한우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120개 부위를 먹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쇠고기 요리를 가장 잘해 먹는 민족이 바로 우리"라며 "한우 고기와 한우 셰프 등을 해외로 널리 진출시켜 한우 세계화를 추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칡소와 흑우 같은 재래 소를 상품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는 "일제강점기만 해도 한반도에서는 황우가 60~70%, 나머지는 칡소와 흑우 등 다양한 재래 소가 있었다"며 "일제가 1938년 한우 표준법을 제정하면서 조선 소는 황우로 한다고 규정한 이후 나머지 소는 도태되다시피 했다"고 설명했다.

 

출처 : 매일경제 정혁훈 기자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05/47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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