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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축산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가축전염병은 단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고병원성 AI는 5월 들어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평가받지만 가금류 2993만마리가 살처분되는 등 축산업계에 큰 피해를 안겼다. ASF도 한동안 잠잠하다가 7개월 만인 지난달초 사육돼지에서 재발생해 양돈농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두 질병에 관심이 쏠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취재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질병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소 브루셀라병이다.

소 브루셀라병은 세균성 전염병으로 불임·고환염 등을 유발한다. 주로 후진국에서 많이 나타나며 우리나라에선 2000년대 중반 발생 건수가 연간 6000건이 넘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이후 철저한 방역조치로 발생이 해마다 크게 줄어 2019년에는 100여건에 불과할 정도로 감소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지난해 발생 건수가 전년의 2배로 늘더니 올해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발생 추이와 위험도가 고병원성 AI나 ASF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소 브루셀라병에 대해 별다른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는 건 문제다.

소 브루셀라병은 2종 법정가축전염병으로 감염 개체만 살처분 대상이 된다. 감염 개체와 접촉한 소는 예방적 살처분이 아닌 권고도축 대상이다. 문제는 권고도축 보상금이 예방적 살처분 보상금보다 현저히 낮아 농가들이 권고도축을 기피한다는 점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소 브루셀라병이 한번 발생하면 해당 농장은 물론 인근 농장까지 위험에 노출된다”면서도 “농가 입장에선 겉보기엔 멀쩡한 소를 위험 가능성만으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헐값에 도축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일각에선 예방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백신 도입에 부정적이다. 이런 정부의 반응에 “정부가 1998년 무상 보급한 불량 백신으로 젖소 유산이 속출했던 ‘브루셀라 백신 파동’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소 브루셀라병 발생률은 아직까지 소수점 이하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뉴질랜드 등 축산 선진국은 효과적인 살처분 정책 등으로 이미 근절에 성공했다. 정부는 백신을 보급하거나 현실성 있는 살처분 보상체계를 만드는 등 소 브루셀라병 근절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작은 병도 방치하면 결국 큰 병이 되기 마련이다.


김재욱 (산업부 차장) kjw89082@nongmin.com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NE/CJE/339247/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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