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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띠 해에 흑소·칡소·제주흑우가 달려온다
농진청, 수정란 농가보급 활발
충북·제주 등 지자체도 구슬땀
경북은 울릉도에 특화단지도


전북 남원 운봉읍의 농촌진흥청(농진청) 가축유전자원시험장. 230만㎡(70만평) 규모의 축사에서 검은 소 10여 마리가 한가롭게 걷고 있다. 자세히 보니 종류가 서로 다르다. 하나는 황색 털에 검은 세로줄 무늬가 칡넝쿨처럼 새겨져 있는 칡소다. 온 몸이 검은 털로 뒤덮인 쪽은 흑소다. 모두 토종 소인 한우로, 국내에 500마리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은 '희귀종'이다.


축사 한 켠엔 '대리모' 황소 5마리가 있다. 농진청에서 칡소, 흑소 증식을 위해 지난해 10월 이들 체내에서 수정된 수정란을 황소 10마리에게 이식했고 절반이 임신에 성공했다.


체외에서 정자ㆍ난자를 결합하는 기존 인공수정 방식에 비해, 수정란 이식법은 성공률이 2배 이상 높다. 김종대 연구사는 "올해 8월 출산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송아지 55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의 해를 맞아 사라져가는 전통 한우 품종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우로 분류되는 품종은 황소, 흑소, 칡소, 제주흑우 등 4종. 이중 황소를 제외한 나머지 세 품종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정한 개체수 1,200마리 이하의 멸종위기종에 속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칡소 400마리, 흑소 100마리, 제주흑우 730마리 가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진청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희귀 한우 증산에 적극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은 충북 축산위생연구소. 칡소, 흑소 수가 통틀어 20마리 정도에 불과했던 1996년 각각 3마리씩 구해 복원을 시작한 연구소는 인공수정 및 수정란 이식으로 마릿수를 늘려 농가에 보급했다. 이런 노력 덕에 충북에선 현재 칡소 234마리, 흑소 115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이기창 연구사는 "도내 칡소, 흑소 사육 농가 20곳에 씨수소 정액과 수정란을 활발히 공급하고 있다"며 "향후 5년 내 사육 규모를 1,000마리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 울주 등지에 칡소 사육 농가가 있는 경북에선 울릉도가 '칡소 특화단지'를 표방하고 나섰다. 섬이라서 혈통 보존에 유리하고, 목초지가 풍부하다는 것이 울릉군이 내세우는 강점. 군은 2006년부터 외부 반입과 자체 증식을 통해 지금까지 20여 농가에 100여 마리의 칡소를 보급했다. 강원도 역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칡소 혈통 복원 사업에 나서고 있다.



제주흑우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도와 국립축산과학원은 지난해 9월부터 줄기세포 연구 권위자인 박세필 제주대 교수와 함께 제주흑우 대량 증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13년 5월까지 26억7,000만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난자 재활용, 암소 선별 증식 등 첨단 기술을 활용, 2017년까지 제주흑우를 3만 마리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도 축산진흥원 관계자는 "육지 한우보다 체격이 작아 출하 시기가 4~5개월 늦는 문제 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우 복원 사업은 무엇보다 전통 소의 종수와 개체수를 회복한다는 점에서 뜻 깊다. 고려 때만 해도 한우는 흑우, 황우, 청우, 백우 등 9종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중 칡소는 성질이 순해 농사에 유용하고, 부드러운 육질로 수라상에 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흑소는 <동의보감>에 '수척하고 마르는 병을 고치고 허약한 체질을 보신하는 약재'로 소개된다. 1912년 경상도 지역 축우 현황 보고서에도 황소 이외의 품종이 20%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우가 급감한 것은 일제시대. 일제는 1938년 '조선 소는 황색, 일본 소는 흑색'이라는 표준 지침을 시행하는 한편, 일본, 중국, 러시아로 한우 150만 마리를 반출했다. 광복 이후에도 황소 위주로 한우 개량 사업이 진행되면서 칡소, 흑소가 사라져갔다.



가축유전자원시험장 조창연 연구사는 "한우 유전물질을 분석한 결과 한우 모계는 25종 이상으로 분류된다"며 "생명공학 시대인 만큼 한우 복원 작업을 통해 다양한 유전자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우의 다양화는 고급 시장 개척이란 상업적 이익과도 연결된다. 지난해 충북 지역 칡소 사육 농가들은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판로 확보에 나섰다.



이기호 대표는 "지난해 대형 마트에 20마리를 납품했고, 올해는 백화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며 "희소 상품 대접을 받아 공급가가 일반 한우보다 3~4% 높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공급량이 많아지고 지속적 개량이 이뤄진다면 시장 전망이 더 밝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흑우도 몸에 유익한 지방산 성분이 일반 한우보다 많고, 마블링(육질에 지방 성분이 골고루 퍼진 상태)이 뛰어나 각광 받고 있다. 송중용 제주도 축정과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중저가 시장이 잠식된 상태인 만큼, 고급 한우 시장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밝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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