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과 경쟁관계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명은 '부당'
재판부 "조합원, 사료구매·출하 의무 없어"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제1민사부(재판장 박재우)는 지난 9일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결의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원고는 한우협동조합에 이중 가입함으로써 횡성축협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횡성축협에게 손실을 끼치거나 신용을 잃게 했음으로 조합원 제명 사유가 존재한다”며 횡성축협의 손을 들어줬었다.
하지만 2심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어 제명결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소명 기회 충분히 보장했어야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 무효에 대해 재판부는 먼저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농협법에 따르면 조합원 제명은 특정 조합원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이 매우 클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조합원 과반수 찬성과 출석조합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을 규정하는 등 조합으로부터 조합원이 함부로 배제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는데다, 설령 제명사유가 있더라도 총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밝힐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4월 13일 횡성축협 임시총회에는 제명결의 대상 조합원 20명 중 1명만 출석했다. 6명은 출석하지 않았고, 14명은 변호사에게 소명을 위임했다.
하지만 당시 횡성축협은 직접 출석한 1명의 조합원에 대해서만 소명을 듣고, 위임받은 변호사에 대해선 소명 위임에 대한 규정도 없고 위임에 따른 서류(조합원들의 인감증명서나 신분증 사본)가 첨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나머지 조합원에 대해서는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해서 찬반투표를 실시, 제명을 결의했다.
재판부는 “조합원 제명을 위해서는 조합원에게 총회에서의 진술 기회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장해야 하지만 변호사가 조합원들 명의의 위임장을 소지하고 출석했음에도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서 “이는 조합원의 제명에 신중을 기하도록 한 농협법 취지와도 배치되며, 위임장외에 안감증명서 또는 신분증 사본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의견 진술을 못하게 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사료구매, '의무' 아닌 '선택'의 문제
횡성축협은 조합원 제명 결의와 관련해 '사료와 출하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가장 크게 문제 삼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횡성축협으로부터 공급받은 사료만으로 한우를 사육하고 출하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브랜드 이행 약정)가 아니면 다른 사료를 구입·사용할 지 여부는 조합원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적으로 사료를 구입해 한우를 사육할 의무는 없다"면서 "더욱이 횡성축협으로부터 한우사료를 구입 사용하지 않거나 횡성축협으로 한우를 출하하지 않았다고 해서 농협법이 명시하는 조합원 제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일반 조합원들이 경우 자신이 속한 지역축협의 사업과 경쟁관계일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경영하는 협동조합에 소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적법한 제명사유가 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선 농림축산식품부의 의견을 참고했다.
농식품부는 “횡성한우협동조합과 횡성축협이 경쟁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합원 제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우수축산물브랜드 인증사업에 대한 농식품부의 사료관련 규정도 주의 깊게 살펴봤다.
농식품부의 축산물브랜드 현지실사 요령집과 브랜드 사료 생산 공급 실적 등에 따르면 사료를 생산한 공장이 다르더라도 사료성분 분석 결과 특정 성분 함량이 동일할 경우 동일 사료로 인정하거나, 사육단계 사료명이 같으면 감점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인용했다.
이사회서 대법원 상고 결정
금번 판결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한우조합원들의 사료 선택권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하면서 조합원 제명절차에 대해 정부에 탄원을 제출하고, 자문변호사를 지원하는 등 2심 재판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한우협회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거대한 조직 앞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한우농민들의 권익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횡성축협은 금번 2심 판결과 관련해 '예상치 못한 판결'이라며 당혹해하면서도 이사회 논의 등을 통해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엄경익 횡성축협 조합장은 “조합(횡성축협)과 횡성한우협동조합이 경쟁관계에서 놓인 상황에서 우리 조합의 각종 사업들을 방해하고 있었던 만큼 조합원 제명사유는 분명하다고 보았다”면서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조합원 제명 판결 무효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의외의 결과"라고 말했다.
횡성축협의 대법원 상고 여부는 내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엄경익 조합장은 "대법원 상고 여부는 오는 9월 17일 열리는 조합 이사회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출처 : 팜인사이트(http://www.farminsight.net)
재판부 "조합원, 사료구매·출하 의무 없어"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제1민사부(재판장 박재우)는 지난 9일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결의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원고는 한우협동조합에 이중 가입함으로써 횡성축협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횡성축협에게 손실을 끼치거나 신용을 잃게 했음으로 조합원 제명 사유가 존재한다”며 횡성축협의 손을 들어줬었다.
하지만 2심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어 제명결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소명 기회 충분히 보장했어야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 무효에 대해 재판부는 먼저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농협법에 따르면 조합원 제명은 특정 조합원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이 매우 클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조합원 과반수 찬성과 출석조합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을 규정하는 등 조합으로부터 조합원이 함부로 배제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는데다, 설령 제명사유가 있더라도 총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밝힐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4월 13일 횡성축협 임시총회에는 제명결의 대상 조합원 20명 중 1명만 출석했다. 6명은 출석하지 않았고, 14명은 변호사에게 소명을 위임했다.
하지만 당시 횡성축협은 직접 출석한 1명의 조합원에 대해서만 소명을 듣고, 위임받은 변호사에 대해선 소명 위임에 대한 규정도 없고 위임에 따른 서류(조합원들의 인감증명서나 신분증 사본)가 첨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나머지 조합원에 대해서는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해서 찬반투표를 실시, 제명을 결의했다.
재판부는 “조합원 제명을 위해서는 조합원에게 총회에서의 진술 기회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장해야 하지만 변호사가 조합원들 명의의 위임장을 소지하고 출석했음에도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서 “이는 조합원의 제명에 신중을 기하도록 한 농협법 취지와도 배치되며, 위임장외에 안감증명서 또는 신분증 사본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의견 진술을 못하게 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사료구매, '의무' 아닌 '선택'의 문제
횡성축협은 조합원 제명 결의와 관련해 '사료와 출하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가장 크게 문제 삼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횡성축협으로부터 공급받은 사료만으로 한우를 사육하고 출하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브랜드 이행 약정)가 아니면 다른 사료를 구입·사용할 지 여부는 조합원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적으로 사료를 구입해 한우를 사육할 의무는 없다"면서 "더욱이 횡성축협으로부터 한우사료를 구입 사용하지 않거나 횡성축협으로 한우를 출하하지 않았다고 해서 농협법이 명시하는 조합원 제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일반 조합원들이 경우 자신이 속한 지역축협의 사업과 경쟁관계일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경영하는 협동조합에 소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적법한 제명사유가 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선 농림축산식품부의 의견을 참고했다.
농식품부는 “횡성한우협동조합과 횡성축협이 경쟁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합원 제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우수축산물브랜드 인증사업에 대한 농식품부의 사료관련 규정도 주의 깊게 살펴봤다.
농식품부의 축산물브랜드 현지실사 요령집과 브랜드 사료 생산 공급 실적 등에 따르면 사료를 생산한 공장이 다르더라도 사료성분 분석 결과 특정 성분 함량이 동일할 경우 동일 사료로 인정하거나, 사육단계 사료명이 같으면 감점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인용했다.
이사회서 대법원 상고 결정
금번 판결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한우조합원들의 사료 선택권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하면서 조합원 제명절차에 대해 정부에 탄원을 제출하고, 자문변호사를 지원하는 등 2심 재판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한우협회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거대한 조직 앞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한우농민들의 권익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횡성축협은 금번 2심 판결과 관련해 '예상치 못한 판결'이라며 당혹해하면서도 이사회 논의 등을 통해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엄경익 횡성축협 조합장은 “조합(횡성축협)과 횡성한우협동조합이 경쟁관계에서 놓인 상황에서 우리 조합의 각종 사업들을 방해하고 있었던 만큼 조합원 제명사유는 분명하다고 보았다”면서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조합원 제명 판결 무효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의외의 결과"라고 말했다.
횡성축협의 대법원 상고 여부는 내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엄경익 조합장은 "대법원 상고 여부는 오는 9월 17일 열리는 조합 이사회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출처 : 팜인사이트(http://www.farminsigh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