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사료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명
1심 '제명정당', 2심 1심 뒤집고 '제명부당'
대법원 2심 확정···한우협 "역사적인 판결"
축산업협동조합(축협)의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명된 한우 조합원 20명이 조합 제명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결국 한우 조합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한우 조합원 20명이 횡성축협을 상대로 제기한 '제명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2심에 불복한 횡성축협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2018년 4월 횡성축협에서는 한우 조합원 20명을 조합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 바 있다. 자격을 박탈당한 한우 농가들은 이에 반발해 같은 해 6월 '조합원 제명 결의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고 이듬해 8월, 1심 재판부는 한우농가의 청구를 모두 기각, 횡성축협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9월 열린 2심에서 재판부는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이 정당하다는 원심 판단을 뒤집고 "(횡성축협의) 조합원 제명은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불복한 횡성축협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 2심을 확정한 것이다.
전국한우협회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지난 1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230만 농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준 법원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이번 재판을 대한민국 농축산업과 한우협회 역사에 길이 남을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한우협회는 제명된 횡성한우협동조합 조합원이자 한우협회 회원 20명의 구제를 위해 고문 변호사와 협회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142개 시·군지부장의 탄원 서명을 첨부하는 등 적극적인 공동 대응으로 승소를 이끌었다"면서 "힘없는 농민들이 의기투합해 농업계 최대 거대 조직인 농축협과의 사투에서 승리, 농민의 권리를 지켜내고 희망을 되찾은 역사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은 축협과 한우 농민 간의 조합원 제명을 둘러싸고 법정 다툼으로 확대되면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거대 조직인 축협과 한우 농민 몇몇이 벌인 소송전에서 농민의 승소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어서다. 더욱이 1심 판결에서 법원이 횡성축협 손을 들어주자 축협이 승소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최종 대법원 판결로 한우 농민들은 거대 조직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했다며 고무된 상태다. 또한 한우 농가들은 이번 판결이 농·축협에서 판매하는 사료나 비료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합원 자격을 박탈할 수 없는 기준이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한우협회는 "농민을 축협의 경합 대상으로 보고 제명동의 탄원에 서명하는 등 횡성축협 횡포에 동조한 전국 137개 축협조합장들을 규탄한다"고 밝히며, "농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본연의 축협의 역할을 망각하고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됐다"면서 횡성축협 엄경익 횡성축협 조합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