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보툴리즘 병 의심” 소견…시, 원인 파악 중
전국 최초 사례에 축산당국 긴장…보상대책은 없어파주 농가에서 보툴리즘 병으로 폐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소의 사체. (독자 제공)© 뉴스1
(파주=뉴스1) 박대준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매몰됐던 돼지 사체를 거름으로 뿌렸던 밭 주변 축산농가에서 키우던 소 10마리가 집단 폐사해 축산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30일 경기 파주시에 따르면 적성면의 한 한우 농가에서 지난 1월부터 이달 초까지 소 10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농장주 A씨는 “1월 중순께 생후 7개월 된 송아지가 일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것을 발견, 수의사를 통해 진찰을 해 보니 ‘보툴리즘(botulism)’ 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후 연달아 소들이 폐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보툴리즘은 보툴리눔(botulinum) 세균이 내뿜는 독소에 의해 중독되는 병으로, 보툴리눔 균은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유기물이 부패할 때 생성되는 독성 균으로, 이 단백질은 신경조직을 마비시키고 파괴하는 신경독소 물질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지난해 말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매몰 처분됐던 돼지 사체가 거름으로 반출돼 농장 주변 밭에 뿌려졌다”며 “일부 돼지 사체를 독수리와 까마귀가 파먹은 뒤 배설물이 농장 사료와 급수통을 오염시킨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 파주시는 지난해 말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매몰 처분됐던 A씨 농장 인근 매몰지의 잔존물을 반출, 거름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축 사체 매몰지의 경우 1년이 경과한 경우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면 퇴비용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
파주시는 적성면에서만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까지 매몰지의 잔존물 30여t을 A씨 농장 주변의 밭에 뿌렸다.
A씨의 민원을 접수한 파주시는 현재 해당 농장에 나가 폐사 원인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한 A씨 농장의 소들에 대해 보툴리즘 백신을 처방하고, 농장 주변에 뿌려졌던 거름들을 수거해 다른 지역에 매립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수의사를 통해 폐사 원인이 보툴리즘 병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온 만큼 매몰지에서 반출된 거름과의 인과관계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에서 최초 사례인 만큼 경기도도 즉각 해당 농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보툴리즘 병은 소뿐 아니라 닭 등 다른 가축에서도 발병이 가능하지만 법정 지정병이 아니어서 폐사에 따른 농가 보상은 어려운 현실이다.
d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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