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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과실에 벼랑 끝 내몰린 청주 한우·젖소농가

축사 이전사업 참여농가 7명
생계수단 잃고 빚더미 앉을 판
피해액 수 십 억원 달해

“시 과실로 축사허가 취소”
농가 피해 배상·대체 부지 촉구

청주시 “배상 원하면 소송하라”
무책임한 태도에 ‘농가 분통’
청와대 청원·1인 시위 이어가

쌀쌀한 봄바람이 불던 지난 1일 오전 8시, 한우 사육농가 이주연 씨는 청주시청 정문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왜 이 씨는 아침부터 축사가 아닌 시청 앞에 서 있었을까. 사연은 이렇다.

이주연 씨를 비롯한 7명의 청주지역 한우·젖소농가들은 2017년 청주 내 자치단체(청주시·상당구청·가덕면·남일면)에 축사건축허가 복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청주시 가덕면 일대에 축사를 건립하기 위해 인·허가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청주시는 농민들의 민원을 검토 후 축사건축허가처분, 건축신고 수리처분을 내렸다. 농민들은 청주시의 축사건축허가를 신뢰하고 축사건축허가 조건부로 매수한 토지의 잔금을 치르는 등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해 축사를 건축했다. 일부 농민들은 축사를 완공하고 사용승인 직전의 단계에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충북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이 축사건축허가가 축사 건축 관련 법령을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하고 축사건축허가 취소 행정심판을 제기하며 사태가 악화됐다. 

60% 주민동의를 받고 축사 이전을 추진한 한우농가, 송인열 씨는 “2017년 12월 축사 공사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날아왔다”며 “시에서 허가 내준 곳에 축사를 짓고 있었는데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것”이라고 회상했다.

농민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대처했지만 충북행정심판위원회는 행정청의 농민들에 대한 축사건축허가를 위법하다고 재결하며 농민들에 대한 축사건축허가를 모두 취소했다. 충북행정심판위에 따르면 충북과학고 내 기숙사는 다수의 사람이 모여 거주·활동하는 공간이자 그 일상생활과 관계되는 환경의 보호가 필요한 지역으로 청주시 가축사육제한 조례상 인구밀집지역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행정청이 기숙사를 인구밀집지역이 아니라고 본 것은 정당성·객관성을 결여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청주시장이 충북과학교 기숙사가 인구밀집지역에 해당함에도 이를 누락한 채 지형도면을 고시한 것은 그 자체로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무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충북행정심판위를 상대로 재결취소 소송을 진행했지만 대법원에서도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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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곳의 축사가 마주하고 있지만 왼쪽의 축사에는 한우 사육이 가능한 반면 오른쪽 축사는 건축허가취소로 소를 키우는 것이 불가능해졌.


7곳 농장의 축사건축허가가 모두 취소되면서 그 피해액은 수 십 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농가들은 생계수단이었던 축산업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빚만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 

실제 유일한 젖소농가, 이석희 씨는 착유시설 등 건립에 약 9억원을 지출하는 등 농가마다 최소 1억원에서 최대 9억원의 돈을 신축 축사 건설에 투입했다. 여기에 농가들은 소송에서도 패소하면서 상대측에 소송비용 1600여만원도 물어줘야 한다. 이주연 씨는 “기존 축사에서 기르던 소는 임대 축사를 구해 옮겼다”면서 “임대비로 2년 동안 1200만원, 새로운 축사의 부지 구입비 1억5000만원, 건축비 2억원 등을 썼지만 (건축허가 취소로) 모두 물거품됐다”고 하소연했다. 

김승수 씨도 “만약 농가들이 조례나 법을 어겼다면 이렇게 억울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았는데도 불구하고 소를 키우지 말라고 한다. 우리의 생계가 달린 소를 키우지 못하면 무엇을 하라는 것이냐”며 억울해했다.

농가들은 판결결과도 다소 의아스럽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소송농가 3곳 중 일부는 학교 정문 인근에 위치하는 등 패소한 7곳 농가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했지만 승소했기 때문이다. 또 가덕면 일대에는 여러 농가들이 오래 전부터 소를 키우고 있었다. 

김승수 씨는 “나의 축사와 바로 맞닿은 농장은 여전히 소를 키우고 있는데 왜 우리 농장은 안되는지 모르겠다”며 “학교 인근 축사는 승소하고 더 멀리 떨어진 우리는 패소하니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송인열 씨는 “학교 정문에서 축사는 수백미터 떨어져있고 학교와 기숙사도 학교 정문에서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며 “승소한 농가와 우리 농장이 비슷한 조건인데 왜 소를 키울 수 없게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질타했다.

다만,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들의 손해는 (이 사건 행정청의) 위법한 이 사건 지형도면 고시 및 건축신고 수리 또는 건축허가 처분에 의해 발생 또는 확대된 측면이 있으므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함을 밝혀 둔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농가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수호의 이형찬 변호사는 “청주시의 중대한 과실로 축사허가가 취소됐고 이로 인해 농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야기된 만큼 청주시는 농민들에게 발생한 모든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판결에 따라 농민들은 청주시의 사과, 피해 배상, 대체 부지 마련, 허가 취소된 토지 매수 등을 청주시에 요구하고 있지만 청주시는 농민들의 보상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형찬 변호사에 따르면 청주시는 공식 답변에서 “농민들이 원하는 요구는 모두 들어줄 수 없으며 배상을 원하는 경우 소송을 통하라”는 입장이다. 청주시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한 농민들은 지난달 16일부터 하루에 두 차례씩 1인 시위에 나선 것은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F1PvfK), 민형사상 법적 소송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김승수 씨는 “시에서 허가나면 다 된 줄 알았다”며 “난 잘못 한 것이 없는데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 억울하고 분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송인열 씨는 “우리는 단지 좋은 시설에서 소를 잘 키우고 싶어 축사 이전을 진행한 죄밖에 없다”며 “청주시가 해당 지역이 축사를 지을 수 없는 곳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전 재산과 노후자금을 축사 건축에 사용했기 때문에 빌린 돈과 이자를 갚을 길이 없다”며 “청주시의 잘못된 행정으로 파산의 문턱에 서있는 농민들이 마음 편히 소만 키울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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