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덕 ‘소비 반짝’…도축마릿수 증가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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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사육의지 높아
올해 도축마릿수
78만~79만두 전망
평년비 3만~4만두 늘어
수송아지 가격 급등
지난달 말 448만800원 기록
5개월 만에 40~50만원 ↑
일시적 수요 줄고 나면
하반기 수급·가격 불안 우려
농가 입식 신중론 고조
한우 평균가격이 1㎏당 2만원을 훌쩍 넘었다. 한우산업의 호황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축두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와 재난지원금 지원으로 가정 소비가 늘어나면서 한우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우산업에 대한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각종 지표가 한우가격의 하락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농가들의 불안심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풍요로운 한우산업 속에서 몰려올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모색한다.
▲고공행진하는 한우가격=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5월 29일 기준 1㎏당 한우 지육평균가격은 2만2409원으로 같은 달 1일(1만9934원) 보다 12.4% 상승했다. 지난해 5월 29일(1만8043원)과 비교하면 24.2% 급등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한우 도축두수가 늘어나는 등 공급량이 증가했지만 코로나19와 재난지원금 지원 효과 등으로 한우 소비가 호조를 보이며 한우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5월 20일까지 한우 도축마릿수는 28만8000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만4000두 보다 1.2%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한우 매출(농협 66개 매장 기준)은 3월 23.4%, 4월 23.2%, 5월(1~24일) 37.8% 각각 늘었다. 서울시 강동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J씨는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이후 한우 매출이 평소 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한우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송아지 시세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가축시장 경매가격에 따르면 수송아지(6~7개월령) 가격은 5월 28일 기준 448만8000원에 형성됐다. 올 1월 400만원 전후였던 수송아지 가격이 5개월 만에 40만~50만원 급등한 것이다. 특히 일부 송아지 가격은 500만원을 훌쩍 넘는 등 한우가격의 상승 여파로 송아지 가격의 상승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가격 하락이 우려되는 각종 지표=한우산업의 호황으로 농가들의 사육의지는 높았다. 그 결과, 올 6월 한우 사육두수는 315만8000두(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 6월호)로 예측되고 있다. 농경연은 한우 사육두수를 9월 321만2000두, 12월 317만1000두, 2021년 3월 312만1000두, 6월 327만두, 9월 333만두, 12월 328만두로 전망했다. 한우 사육두수가 꾸준히 증가해 최대 333만두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가임암소는 3월 145만5000두, 6월 147만1000두, 9월 152만3000두, 12월 153만두로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고 1세 미만도 3월 88만9000두, 6월 93만8000두, 9월 94만9000두, 12월 94만2000두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한우 도축마릿수도 78만~79만두로 전망되고 있다. 76만5000두였던 지난해 보다 1만5000~2만5000두, 74만8000두였던 평년 도축마릿수 보다 3만~4만두 이상 많은 수치다. 이처럼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한우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코로나19와 재난지원금 지원 효과가 사라질 경우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한우 수급 및 가격 불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농가들의 신중한 입식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농식품부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최근 높게 형성된 한우가격은 코로나19 영향과 재난지원금 지원 효과 등에 따른 일시적인 한우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하반기 이후 어려운 경기여건 하에서 공급이 증가하고 수요가 감소할 경우 수급 및 가격 불안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걱정스런 농가들=이미 2011년과 2012년 한우 가격 폭락을 경험했던 한우농가들은 최근 400만원대에 구매했던 송아지를 출하할 때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한·미 FTA 비준과 쇠고기 수입량 증가 등의 여파로 홍수 출하 현상이 나타났고 1만5000원대였던 한우 평균가격은 1만2000원대로 추락했다.
통계청의 2019 축산물 생산비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비육우는 마리당 7만6000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00두 이상 사육농가만 마리당 수익을 달성했을 뿐 100두 이하 사육농가는 손해를 면치 못한 것이다. 만약 한우가격이 급락해 농가들이 홍수출하할 경우 중소농가를 중심으로 경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농경연은 6월 축산관측에서 “올 6월 입식하는 송아지의 도축이 예상되는 2022년 6월 출하량이 평년대비 27% 증가해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며 “농가들의 신중한 입식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