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350원.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집계한 5월1~26일 한우 지육 1㎏당 평균 경락값(등외 제외)이다. 4월 평균 경락값이 1㎏당 1만9748원으로 축평원이 가격을 집계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또다시 기록을 경신한 셈이다. ‘사상 유례없는’이란 수식어를 너무 빨리 사용했나 싶을 정도로, 한우고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건 한순간 사라질 수도 있는 법이다. 한우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로 흔히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가정식 수요 증가, 주요 쇠고기 수출국의 생산 차질 등을 든다. 지금의 호황이 한우산업의 경쟁력 강화 덕이 아닌, 갑자기 바뀐 외부 환경 때문이란 이야기다. 바꿔 말하면 환경이 변하면 수요는 언제든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면 산업 종사자들은 그에 맞춰 공급량을 줄이는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한우산업에서는 가임암소 도축, 송아지 입식 조절 등의 수급조절이 그 방책이다. 사육마릿수를 꾸준히 줄여야 수요보다 도축마릿수가 늘어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어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다들 이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뜯어보면 말처럼 잘 이뤄지지 않는 게 수급조절이다. 올 3월 한우 사육마릿수는 300만5700마리로, 지난해 같은 달 290만8000마리보다 3.4% 증가했다. 2018년 같은 기간 280만1300마리에 비해선 7.3% 늘어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장에선 가격 하락기에도 버틸 자신이 있는 대규모 사육농가들이 수급조절에 소극적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대규모 사육농가 중 상당수는 번식과 비육을 병행하는 일관사육농가들로, 송아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다보니 큰소 가격이 어느 정도 떨어져도 여전히 이득을 거둘 수 있어서란 이유다.
실제로 축평원이 최근 4년간의 소 이력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육규모가 20마리 미만인 농가의 올 2월 암소 사육마릿수는 30만마리로, 2016년 2월 대비 12.3% 감소했다. 반면에 100마리 이상인 농가에선 64만4000마리로, 27.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소를 도축하지 않고 번식에 활용하는 대규모 사육농가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예상보다 더 빨리, 더 강하게 올 수 있다. 올 4월말 기준 22~24개월령 수소는 29만3000마리로, 22만마리 수준인 26~28개월령에 비해 7만마리가량 많다. 올 하반기 도축마릿수가 상반기 물량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때도 수요가 지금처럼 뒷받침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한우업계 종사자 대다수에게 가격 호황보다 중요한 것은 급등락 없는 안정적인 소득일 것이다. 당장의 소득보단 수급조절로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이득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