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캐나다와 FTA 5년…이행상황평가 보고서 보니
소·면양 고기 등 수입 급증 탓
대체효과로 타 품목에도 영향
곡물·채소·과실류도 피해 확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및 한·캐나다 FTA 이행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두 나라와의 FTA가 발효된 후 5년간 우리 농업생산액은 2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특히 축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피해액은 앞으로 관세가 점차 낮아지면서 더욱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생산액 2000억원 넘게 줄어=보고서에 따르면 한·호주 FTA 발효 후 5년간(2015∼2019년) 호주로부터 농축산물 평균 수입액은 25억4000만달러로 발효 전 5년(2010∼2014년) 평균인 25억2000만달러보다 소폭 증가했다. 캐나다로부터 평균 수입액은 9억6900만달러로 발효 전 10억6300만달러보다 다소 줄었다.
전체 수입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두 나라에 경쟁력 있는 축산물 수입은 크게 늘었다. 5년간 호주산 쇠고기 평균 수입액은 11억달러로 발효 전 대비 35.4% 늘었고, 면양고기 수입액은 9000만달러로 344.1%나 뛰었다.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액도 발효 전보다 304.1%나 증가한 2356만달러를 기록했다.
그사이 우리 농업은 크게 위축됐다. 호주·캐나다와의 FTA 이행으로 우리 농업생산액은 지난 5년 동안 각각 1228억원(연평균 246억원), 905억원(〃181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보고서에선 당초 예상보다 피해 규모가 작았다고 했다. FTA 발효 직전 시행된 사전영향평가에서는 한·호주 FTA로 인해 농업생산액이 5년간 연평균 383억원, 한·캐나다 FTA로 인해선 연평균 24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에선 “사전영향평가에서는 2014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했으나 결과적으론 그렇지 않아 수입이 크게 늘지 않았고, 정부의 국내 보완대책도 농업 피해를 완화하는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간접 피해 확인…피해 갈수록 커질 전망=분야별로 보면 축산업 피해가 가장 컸다. 한·호주 FTA 이행으로 5년간 쇠고기 생산액이 611억원 감소했고, 한·캐나다 FTA 이행으로 돼지고기 생산액이 532억원 줄어들었다.
간접 피해도 확인됐다. 한·호주 FTA로 인해 5년간 돼지고기 생산액이 241억원 감소했는데, 보고서에선 “호주산 돼지고기 수입 실적은 매우 적으나 호주산 쇠고기 수입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이 국산 돼지고기 수요 감소 및 가격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마찬가지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실적은 적지만 한·캐나다 FTA로 쇠고기 생산액이 5년간 103억원 감소한 이유도 보고서에선 “캐나다산 돼지고기가 대체재인 쇠고기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저율관세할당(TRQ) 증량에 따라 호주와 캐나다로부터 보리류 수입이 증가하면서 곡물 생산액도 5년간 모두 368억원 줄었다. 이밖에 한·호주 FTA 이행에 따라 과실류 생산액이 5년간 3억원 감소했는데, 이는 호주산 오렌지 수입에 따른 간접 피해로 분석됐다.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보고서에는 “호주산 쇠고기와 캐나다산 돼지고기 관세가 각각 15년, 13년에 걸쳐 줄어들면서 국내 쇠고기·돼지고기 생산액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산 감자 수입도 2015년부터 연평균 31.5%씩 늘고 있는데, 2022년부터 칩용 감자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수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영향평가에서도 한·호주 FTA, 한·캐나다 FTA 발효 후 15년이 되면 농업생산액 감소 규모가 각각 1조6523억원(연평균 1102억원), 4806억원(〃3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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